대마불사라는 말이 있다. 대마는 죽지 않는다. 안형 두 개만 확보하면 죽지 않는 것이 바둑이 아닌가. 드넓은 천지에서 안형 두 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대마는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다. 바둑도장의 수련생들, 특히 프로를 지망하는 본격파 수련생들은 어려서부터 사범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 자란다. 대마는 죽지 않는다고. 그러니 함부로 칼을 뽑지말라고. 공연한 객기를 부리다가 문전옥답 모두 짓밟히고 패가망신당하지 말라고. 사냥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특히 사나운 짐승을 사냥하려면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으니 엄청난 각오와 긴장을 해야 한다고. 수련생들은 사범에게 마음의 절제를 배운다. 욕심을 다스리는 법을 배운다. 생명이란 것이 얼마나 끈질기고 모진 것인가를 배운다. 그러나 사범이 궁극적으로 가르치는 것의 정체는 역시 사냥이다. 왜냐하면 수련생들은 사냥하는 법과 사냥터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비싼 돈을 내고 매일 입장하는 것이니까. 세계 최고의 사냥꾼 이세돌이 지금 칼을 빼들었다. 대륙의 큰 호랑이 창하오는 시간을 물쓰듯 하면서 고심하고 있다. 이미 이세돌에게 11연패를 당하고 있는 그이기에 그의 고심은 더욱 심각하다. 아무리 대마불사라지만 이 사냥꾼은 아주 특별한 사냥꾼이다. 그러나 검토실의 구경꾼들은 희희낙락이었다. "설마 이렇게 구차하게 살지는 않겠지?"(김성룡) 참고도1이면 그런 대로 목숨은 건질 수 있다. 그러나 흑에게 너무 큰 실리를 제공하므로 이 길로는 갈 수 없다. 창하오는 실전보의 수순을 밟았다. 흑47이 놓였을 때 목진석이 참고도2를 만들어 보였다. "무사히 사는군요."(목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