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EU 힘’ 폄하하는 미국

유럽연합(EU) 가맹국 15개국이 정치적 통합을 추진해나가자, 세계 유일 슈퍼파워의 자부심에 차있는 미국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EU는 유럽헌법 초안을 만든 데 이어 내년에 폴란드 등 동유럽 10개국을 새 회원국을 받아들여 모두 25개국으로 구성된 연합체를 형성할 계획이다. 현재의 계획대로 되면, 유럽은 인구 4억6,000만명으로 미국보다 2억명 많고, 미국과 비슷한 경제력을 보유하는 슈퍼파워로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 언론들은 이른바 `유럽 합중국`에 대해 폄하하는 분위기다. 지식인들은 유럽이 정치적으로 통합한다고 해도 미국을 따라올 수 없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첫번째 이유로 경제적 통합이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유럽 12개국은 지난 99년에 이미 `유로`라는 단일 통화를 창설, 운용하고 있지만, 12개 나라가 발을 묶어 뛰기 때문에 완전한 경제 통합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내년에 가입할 동유럽 10개국 대부분이 농업국인데다 국민 소득이 기존의 서유럽 가맹국의 절반 수준이어서 국가간 부의 이동이 정치적 불협화음을 낳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유럽이 50개주의 연방국인 미국과 같은 정치적 통합을 이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영국, 스페인, 동유럽 국가들이 미국을 지지하고,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에 반대하는 등 분열상을 노출했다. 더 힘든 일은 EU가 각국의 언어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EU 조직을 유지하는데 통역 관련 비용이 수천만 달러에 이르지만, 2007년에는 2억5,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미국에서 이 같은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와중에 28일 뉴욕 채권시장에선 주택금융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채권가격이 폭락했다. 유럽 중앙은행(ECB)이 두 회사의 채권을 대량 매각하기로 했다는 블룸버그 통신의 미확인 보도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최근 채권가격이 하락 추세에 있다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유럽이 미국 채권을 대거 팔 경우 미국 금리가 올라 미국 경제에 좋지 못한 결과가 초래된다. 미국이 달러 약세 기조로 돌아서면서 유럽에 타격을 주었지만, 유럽 경제력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라크전때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의 반대편에 선 배경엔 단일통화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라는 통화전문가의 분석이 있다. 유럽 통합이 국제질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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