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물가·성장·재정' 세토끼 잡기 힘겨워… 물가에 무게 가능성

■ 성장률 전망 또 하향 시사… 거시정책 기조 변화 오나<br>성장률 낮추면 물가관리에 역점 여유 불구<br>"체감물가 들끓는데 통계 의미없다" 지적도<br>"우선순위 설정… 정책적 리더십 필요할때"


취임 3개월을 막 넘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요즘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요동치는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경제성장을 건실하게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데 물가 안정과 재정건전성까지 함께 도모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면 경제 성장률은 높일 수 있지만 재정 악화라는 부메랑을 맞아야 한다. 정부가 재정을 풀지 않더라도 원ㆍ달러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식으로 수출 경쟁력을 늘려 경제성장을 간접 지원할 수도 있지만 수입가격이 올라 물가관리정책을 위협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박 장관이 29일 올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하향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거시경제정책의 미묘한 기조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만약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 그만큼 물가 관리에 좀더 역점을 둘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실제로 박 장관은 이날 물가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치적 환경을 봐도 박 장관은 당장 물가 안정에 올인해야 하는 압박감에 한층 짓눌릴 수밖에 없다. 오는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물가관리에 실패하면 여권이 표심을 지키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9월의 물가 상승률에 대해 박 장관이 3%대로 떨어뜨릴 수 있음을 자신한 대목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하지만 체감 물가가 들끓는 판국에 통계상의 물가 안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년 동월 대비 9월의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낮아진다고 해도 지난해 9월부터 물가상승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생기는 통계적 착시현상(이른바 기저효과)에 불과하다고 경제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물론 박 장관의 29일 발언에 대해 재정부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박 장관의 이야기는 요즘 국내외 주요 기관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고 있어 그 여파가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겠다는 차원"이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쉽게 말해 물가와 경제성장ㆍ재정건전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거시경제정책 기조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백화점 식으로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다가는 모두 놓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박 장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의 진의가 무엇이든 최소한 정부가 백화점식 정책목표 설정의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세계경제의 방향은 종잡을 수 없이 요동치는데 정부가 경직된 경제 목표를 잡으면 그만큼 탄력적인 정책 대응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어느 정부나 물가와 성장 등을 함께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물가와 성장ㆍ재정건전성 중) 어떤 정책 목표가 더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는 정책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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