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대지진과 태국 홍수 등 잇단 천재지변에 따른 생산차질에 시달린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자연재해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말레이시아에서 생산시설을 속속 확대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페낭섬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부터 반도체에 이르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투자가 집중되며 경제에 활기가 더해지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인 혼다는 지난 19일 동남아시아 생산능력 증강의 일환으로 말레이시아 자동차 공장에 87억엔을 투자, 제2라인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3일에는 마쓰다가 말레이시아 현지그룹과 합작으로 현지 생산-판매회사를 연내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근래 들어 부쩍 말레이시아 내 생산거점을 확충하고 있는 글로벌 제조업체들과 맥락을 같이한다. 1ㆍ4분기 말레이시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75억링깃(23억7,000만달러 상당)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지난 한해 동안 말레이시아에 유입된 FDI는 120억달러 규모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일본을 덮친 대지진과 태국 홍수로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생산공장에 직접 피해를 보거나 부품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동남아 지역에서 자연재해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말레이시아가 생산거점으로 주목 받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WSJ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물류 인프라와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공급 능력이 갖춰진데다 환태평양지진대에서 벗어나 있어 일본이나 인도네시아 등과 달리 지진이나 화산활동의 염려를 덜 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장점으로 꼽힌다. 태국과 비교하면 대홍수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게다가 최근 전통적인 글로벌 생산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과 태국의 임금이 가파르게 치솟는 점도 말레이시아 투자가 늘어나는 배경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이에 따라 페낭을 중심으로 한 말레이시아에서 자동차 생산부터 반도체ㆍHDD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생산시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태국 홍수로 한동안 현지공장 문을 닫아야 했던 미국계 디스크드라이브 업체 웨스턴디지털은 올해 말레이시아에 새롭게 공장을 열 계획이다. 이 회사는 태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5년에 걸쳐 12억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과 오디오 제조 업체인 보스, 전자장비 업체인 내셔널인스트루먼츠 등도 말레이시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본토의 대지진와 태국 홍수 등 잇단 재해에 시달린 일본 기업들도 말레이시아 진출에 적극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혼다나 마쓰다 외에도 JX홀딩스 계열사인 동방티타늄이 오는 2016년 말레이사아에 500억엔을 투입해 티탄 제련소를 세울 계획이며 일본전산도 말레이시아에 HDD 신공장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투자확대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말레이시아로 유입된 FDI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현지 제조업체인 글로브트로닉스테크놀로지의 리헹훅 이사는 "자연재해와 부품공급망 붕괴에 대해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보다 나은 대응력을 갖춰나가고 있다"면서 "그들이 매력적인 장소로 주목하는 곳이 말레이시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