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이라는 식별번호로 시작하는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가 지난 8월 국내에서 도입된 후 5개월째를 맞았다. 별정통신사업자인 삼성네트웍스와 애니유저넷이 지난 8월 처음으로 070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기간통신사업자서는 KT가 11월, 하나로텔레콤과 SK텔링크가 12월에 각각 VoIP서비스를 시작했다. VoIP는 착신과 발신이 모두 가능하고 요금이 극히 저렴하다는 게 강점이다. 종전의 인터넷전화는 발신만 할 수 있고, 끊김이 잦아 통화품질이 불량했지만 070 VoIP는 현재 음성전화와 똑 같은 통화품질을 보장한다. 기존 전화에서는 불가능했던 각종 부가서비스도 가능하다. ◇시외전화나 국제전화 많은 이용자가 유리=전문가들은 070 VoIP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저렴한 요금’을 꼽는다. 기존 발신 전용 VoIP의 경우 시내ㆍ외 단일요금으로 ‘3분 39원’으로 책정됐다. ▦시내 3분 39원 ▦시외 3분 260원인 유선전화보다 저렴해 발신만 가능한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070 VoIP는 기존 유선전화로는 불가능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통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PC가 제공하는 많은 서비스가 전화기 한대로 구현된다. 아웃룩, 메신저, 수신거부ㆍ착신전환 등이 해결된다. 그러나 070 VoIP는 아직까지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지는 못한 게 현실이다. 정보통신부는 070 VoIP가 요금경쟁력을 바탕으로 급속히 확산될 경우 KT, 데이콤 등 기존 유선방식(PSTN)의 전화업체들이 큰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고 속도를 조절중이다. VoIP 시내ㆍ외 단일요금이 ‘3분당 45~49원’으로 다소 비싸게 정해진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동전화로 거는 요금 역시 070 VoIP 요금은 ‘10초당 14원’으로 유선전화의 ‘10초당 14.5원’과 차이가 없다. 시내요금만 따지면 오히려 유선전화보다 070 VoIP가 더 비싸다. 당분간 070 VoIP가 시외전화나 국제전화 사용량이 많은 소비자나 통화량이 많아 할인 폭이 큰 기업들 사이에서만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다. 일단 가입자가 3만명에 불과하다는 데서 이를 잘 확인할 수 있다. KT의 한 관계자도 “당분간 일반 가정보다는 대량 통화가 발생하는 기업들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단말기 가격이 비싸다는 것도 장애 요인이다. 현재 070 VoIP 전용 단말기 가격은 10만~30만원 선. 사용자가 적은 탓에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인하는 아직 기대하기 힘들다. ◇잠재력은 폭발적=070 VoIP는 ‘빙산’과 같은 존재로 평가된다. 아직 드러난 것은 일각일 뿐 수면아래의 잠재력이 아주 크다는 것이다. 사실 정부의 요금정책이 조금만 바뀌어도 VoIP는 가정까지 급속히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VoIP는 인터넷 망을 타고 음성과 데이터를 전달하는 기술인 만큼 1,200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그대로 070 VoIP의 잠재 가입자다. 더욱이 정부는 2010년까지 차세대인터넷 주소인 ‘IPv6’와 ‘광대역통합망(BcN)’이라는 인프라를 구축해 현재 초고속인터넷보다 50~100배 빠른 인터넷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070 VoIP는 전화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초고속인터넷+방송+전화가 하나로 묶인 서비스)로 진화하게 된다. 케이블TV 업계가 이런 흐름을 타고 있다. 1,300만의 케이블TV 가입자를 배경으로 이미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10%를 확보한데 이어 방송, 초고속인터넷, 전화를 한꺼번에 묶는 TPS서비스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이들은 ‘한국케이블텔레콤’이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어 정통부에 VoIP 기간통신역무를 신청한 상태로 내년 7월부터 방송ㆍ초고속인터넷ㆍ인터넷전화를 묶는 TPS를 핵심사업으로 밀어붙일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세는 통신업체들의 반격을 가져와 이는 곧 가격파괴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070 VoIP는 전세계 인터넷이 통하는 곳 어디에서라도 VoIP 단말기만 설치하면 070 VoIP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현재 사업자들은 PC에 연결할 수 있는 기기라면 무엇이든 VoIP 단말기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휴대인터넷 등 차세대 통신서비스와의 결합도 시간문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인터넷 전화산업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86%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도 이런 주변 환경을 계산에 넣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