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제4회 세계 인정의 날] 전문가 좌담- 국내 시험인증 분야 육성 방안

"다국적社와 제휴·인재 키워 글로벌 인증시장 진출 서둘러야"


국내기관 시험인증 능력 선진국 절반 수준
경쟁력 강화 없인 신성장동력 육성도 더뎌
인건비 낮추려 비전문인력 고용 등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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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까지 전문가 3,300명 양성 계획
국제 적합성평가 상호인정협정 확대하고
R&D 기획단계서 시험인증 평가 반영을
● 참석자
허경 기술표준원장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김홍석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오태식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장
조기성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장
심윤수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장
"세계 시험인증산업은 100조원에 달합니다. 국내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국내 수출기업들의 인증 취득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국가시험기관의 수입증대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제4회 세계 인정의 날을 맞아 8일 과천 기술표준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국내시장의 약 60% 이상을 외국기관이 점유하고 있는 국내 시험인증산업을 발전시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다국적 기업과의 업무협력 강화 ▦해외 주요 국가 적합성인증기관과의 전략적 제휴 강화 ▦국내 주요 기관의 해외시장 공동진출ㆍ단독진출ㆍ인수합병(M&A)의 적극적 참여 등을 제시했다. 선진 다국적 시험인증기업은 적극적 해외진출 및 사업확장을 통해 연간 12~20%의 매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해당 국가의 기업을 M&A함으로써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산업인 인증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우수한 전문인력의 체계적 양성 및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인력ㆍ장비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사회=시험인증산업이 왜 필요한가. ▦김태윤 교수=세계 무역에 있어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단축하고 각 국가별로 자국 산업보호를 위한 의도적인 기술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시험검사능력의 국제화 및 선진화를 통한 수출산업체의 인증지원이 필수적이다. 즉 해외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국내 시험기관에서 적은 비용과 빠른 일정으로 수출대상 국가의 인증을 해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시험인증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표준 정립'도 중요하다. ▦허경 원장=최근 우리의 정보기술(IT)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약 400여건의 국제표준을 제안하고 있으며 IT 분야의 국제표준 제안건수가 지난 2009년 세계 2위에 이어 지난해 1위로 올라섰다. 앞으로 오는 2015년까지 세계 7위권의 표준강국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회=글로벌 무대에서의 시험인증산업 수준은. ▦조기성 원장=SGS 등 7대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은 100조원에 이르는 세계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4조2,000억원 규모의 국내시장에서는 이들 기관의 점유율이 60%나 된다. 국내 시험인증시장을 해외에 내준다는 것은 국부유출은 물론 국내기업의 중요한 기술정보가 유출된다는 의미다. ▦김홍석 연구위원=국내 상위 10개 기관의 규모를 보면 총 종업원 수 2,800명, 매출규모 3,000억원으로 글로벌 다국적 기업인 SGS의 20분의1에 불과하는 등 중소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시험인증산업의 성장률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대비 0.16% 수준이다. 전세계 시험인증시장이 세계무역기구(WTO) 기술장벽 강화로 매년 2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정부의 시험인증산업 육성정책이 시급하다. ▦사회=문제는 무엇일까. ▦심윤수 원장=선진 외국에서는 일찍이 시험ㆍ인증을 산업으로 인식해 육성해온 결과 TUVㆍULㆍITS 등의 거대 기업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다국적 시험기관은 막대한 자금력, 대외인지도 등을 앞세운 공격적 경영으로 전세계 규격 및 시험ㆍ인증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반면 국내기관들은 규모의 영세성, 전문인력 부족, 투자여력 미흡 등으로 국내 인증에 치우친 단순한 업무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 원장=국내 시험인증기관은 분야별 칸막이식 시험인증평가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장비와 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태식 원장=시험기관들은 중소기업 지원과 같은 공공성격의 서비스 수행에 따른 낮은 수익구조로 수요 분야 및 신성장동력사업 등 첨단 분야에 대한 시험분석 선진화를 위한 자체 투자여력이 매우 미흡한 것도 한 배경이다. ▦사회=정부 차원에서의 시험인증산업 육성방안을 준비하고 있나. ▦허 원장=시험인증사업은 대내적으로 약 4조원, 세계적으로 약 100조원으로 추산된다. 시험인증업체 간 M&A를 통한 대형화 및 시장화를 위해 투자세액공제를 확대 도입하고 시험인증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해 2014년까지 총 3,3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관련 인증획득을 위한 지원사업과 투자를 수행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인증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단계별 시험인증기관 지원책을 추진하는 일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장비와 인력 등 기반을 탄탄히 함은 물론 국제 적합성평가 상호인정협정(MRA)을 지속 확대함으로써 국내 시험인증시장 규모를 키우고 국내 제조업체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사회=인력ㆍ장비 차원에서 상황은 어떤가. ▦오 원장=2009년 현재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초정밀 장비 운용인력은 600명 수준이다. 전문시험장비ㆍ장비운영인력 부족으로 수행 가능한 시험평가 수가 선진국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고 있다. 국내 10대 시험인증기관에 지난 5년간 정부출연ㆍ보조금 등 1,350억원을 투입해 주요 장비 구축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시험능력은 선진국 대비 50% 수준에 불과하다. ▦심 원장=신성장동력 분야의 높은 시장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인프라는 아직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시험인증기관들은 인건비 비중을 낮추기 위해 계약직ㆍ위촉직ㆍ단기계약 등 비전문인력 수급으로 시험인증을 수행하고 있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이는 경쟁력 확보 및 사업화에 있어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사회=구체적인 인력 양성 방안이 있나. ▦허 원장=기술표준원에서는 2014년까지 매년 10억원 이상을 투입, 적합성평가인력양성사업을 통해 600여명의 소요인력을 양성할 방침이다. 또 현장 맞춤형 대학원 교육 프로그램 계획 및 국내 시험인증기관들을 선별해 특성별 전문기관으로 지정ㆍ운영할 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다. ▦사회=인정에 대해 기업들은 규제라는 인식도 갖고 있다. 상관관계는 어떤가. ▦김 교수=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기술적 우위성을 이용해 국가 간 무역에서의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데 기술장벽을 사용한다. 적합한 절차에 따른 시험ㆍ인증의 상호인정은 기술규제에 따른 불필요한 중복 시험ㆍ인증을 막아 기술규제 적용으로 인한 소요비용을 경감시키고 기업들이 편리하게 무역거래를 하도록 지원한다. ▦사회=결국 기업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할 텐데, 미흡한 이유와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오 원장=인증산업은 최대이윤을 지향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로 작용됨으로써 그 목적이 상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원스톱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중소기업의 제품 브랜드화, 판로확대 및 매출향상을 위한 기술 및 시장동향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심 원장=현실적으로 삼성ㆍLG 등 몇몇 대기업만이 자체적으로 기술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설ㆍ장비ㆍ인력 및 지식을 보유하고 있을 뿐 그 외 수출 중소기업에서는 이러한 시설에 투자하고 유지할 여력이 있지 않아 외부 시험기관들을 이용해 제품 적합성에 대한 시험과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민관 협력 네트워크에 주안점을 두고 시험인증기관이 기업지원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기업수요에 의한 자율적 성장을 모색해 고부가가치 시험인증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사회=신성장동력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인증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허 원장=에너지효율,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재료ㆍ소재 등 녹색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공인시험인증기관 대부분이 일반산업에 치중해 있고 신수요 분야 관련 공인시험기관은 10% 미만으로 선진국 대비 시험능력이나 인력 등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조 원장=신성장동력 발전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관련 장비 구축과 인력 확보 현황은 아직 선진국 대비 각각 35%, 44%에 불과하다. 시험인증기관의 경쟁력 강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신성장동력 발전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김 교수=시험인증에 대한 고려가 연구개발 단계부터 이뤄지도록 연구개발사업과 시험인증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시험인증이 필요한 경우 국가연구개발사업 기획시 시험인증에 관한 사항을 포함, 평가요소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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