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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팝 스타 마이클 잭슨(1958∼2009)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빛을 잃지 않고 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그를 '불멸의 스타'(Immortal Star)라고 부른다. 내달 25일, 사망 4주기를 맞아 마이클 잭슨이 남긴 불멸의 음악에 흠뻑 젖을 만한 대작 공연 2편이 잇따라 한국 관객을 만난다.
흑인 소년 한 명이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아이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청중들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고,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가 터지자 밝은 미소를 띄운다. 어느새 소년의 영상은 열정 넘치는 청년으로, 그리고 세계적인 스타로 바뀐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저스트 콜 마이 네임, 아일 비 데어'(Just call my name, I'll be there)
지난 24일 저녁 세계적인 서커스 쇼 기업 '태양의 서커스'가 제작한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 투어'(Michael Jackson the IMMORTAL World Tour) 공연이 열린 나고야 니혼가이시홀. '불멸의 스타' 마이클 잭슨을 만나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1만여명의 관객들은 잭슨의 생전 영상과 노래, 그리고 육성에 환호하고 때론 깊은 감회에 젖었다.
10여명의 뮤지션이 들려주는 익숙한 팝 음악, 수십 명의 댄서들이 보여주는 현란한 퍼포먼스, 그리고 마이클 잭슨의 육성과 함께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50여년 결코 짧지 않았던 그의 화려했던 삶을 비춘다.
'잭슨 파이브 시절' 5살짜리 당찬 꼬마의 모습부터 카리스마 내뿜는 성인의 잭슨까지, 대형 스크린 위에 흩어지는 이미지들은 잭슨에게 다시 새생명을 부여하는 거룩한 의식과도 같아 보였다. 이후 쇼는 빠른 속도로 흘러갔다. 100여분(인터미션 30분 포함)간 이어진 무대에는 '워킹 데이 앤 나잇'(Working Day And Night), '휴먼 네이처'(Human Nature), '스무스 크리미널'(Smooth Criminal), '데인저러스'(Dangerous), '스릴러'(Thriller), '비트 잇'(Beat it), '맨 인 더 미러'(Man in the Mirror) 등 약 35곡에 달하는 그의 명곡이 쉴새 없이 흘러 나왔다.
공연 초반에서는 잭슨의 생전 영상을 주로 활용하며 몸동작이 크지 않은 퍼포먼스가 위주가 됐다면 공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화려한 애크러배틱(곡예)이 등장하면서 태양의 서커스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천장에 매달린 줄 하나에 기대 공중에서 아찔한 곡예를 펼치거나 댄서 5명이 동시에 고난도의 회전 기술을 선보일 때는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2막 첫 곡으로 흘러 나온 '스완-아이 저스트 캔 스탑 러빙 유'(Swans-I Just Can't Stop Loving You)에선 각각 백조와 흑조 의상을 입은 남녀 댄서가 공중에서 화려한 곡예를 선보이며 애크러배틱의 정수를 보여줬다. 특히 깜깜한 무대 위에 LED 의상을 입은 댄서들이 줄에 매달려 위 아래를 오가며 마치 밤하늘에 별빛이 반짝이는 듯한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될 때는 객석에서 뜨거운 환호성이 흘러 나왔다.
잭슨의 대표곡을 메들리로 선보이는 공연의 백미 '메가 믹스'(Mega Mix)에서는 그가 꿈꿨던 이상적 세계가 무대 위에 구현됐다. 한쪽 다리를 잃은 댄서,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드러낸 '원숭이' 분장을 한 댄서 등 다양한 모습의 퍼포머가 등장해 '블랙 오어 화이트'(Black or White)에 맞춰 무대를 채운다. 그리고 각국 국기가 등장하는 스크린의 대미는 '통합'(UNITY)이라는 말로 끝난다. 불멸의 스타가 생전에 꿈꾸고 소망했던 세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연출이다.
'불후의 명곡'이라는 최상의 콘텐츠에 '태양의 서커스'의 화려한 쇼를 녹여낸 무대는 그 자체로 매우 인상적이지만 '옥의 티'도 엿보인다. 잭슨의 영상과 음악을 메인 콘텐츠로 내세우다 보니 태양의 서커스의 본질인 퍼포먼스가 너무 적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퀴담'이나 '바레카이'처럼 태양의 서커스 대표 공연의 화려함을 기대하고 공연장을 찾는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아울러 영상이 무대 뒷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 댄서들의 디테일한 동작을 감상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공연장을 찾은 일본인 관객들은 공연 자체에는 큰 만족감을 표했다. 젊은 시절 마이클 잭슨의 '광팬'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리 카토(50ㆍ여) 씨는 "전반적으로 환상적인 무대였다"며 "특히 LED조명이나 다양한 영상, 화려한 애크러배틱을 통해 잭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한편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 투어'는 대만 타이베이를 거쳐 오는 7월 서울(10~1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과 대구(17~21일, 엑스코 1층 전시홀)에서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