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8월 2일] 親서민과 4대강 사업

"정부가 내년 4대강 사업에 10조원 가까이 쓰겠다는데 이래서야 친(親)서민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29일 저녁을 같이한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당정의 '친서민드라이브'에 대해 재원 마련 없이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30일 출범한 당 서민대책특별위원회 소위원장을 맡은 그는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많은 의원들은 6ㆍ2 지방선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화두(친서민정책과 소통)가 제대로 실천될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4대강 사업을 하나의 리트머스시험지로 내다봤다. 친박계와 중립지대는 물론 친이계 일부 의원들조차 "임기 중 4대강사업을 마무리해 제2의 청계천신화를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김 의원은 "낙동강ㆍ영산강만 우선 추진한다든지 낙동강의 준설을 깊게 하고 보를 높게 짓는다든지 하는 문제들이 이해가 안 된다"며 "4대강 사업을 예산배분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할 수 없이 서민에게 타격이 큰 공공요금 인상안을 밝힌 것도 돈 문제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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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정부는 내년 4대강 예산을 수자원공사 전용분까지 포함하면 올해보다 15%가량 증액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경로당 난방비 지원 예산은 모두 삭감하는 등 보건ㆍ복지ㆍ노동 분야 예산 증가폭은 4대강의 절반 수준만 제시했다. '정치쇼, 무늬만 친서민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동안 대기업과 부자 위주 정책을 펴왔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한나라당도 친서민 관련 특위들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의정보고서에 올릴 사진찍기용에 그쳤다(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고백처럼 친서민적 마인드와 시스템, 돈의 문제였다.

물론 이번 서민대책특위는 서민들의 주거ㆍ금융ㆍ의료ㆍ일자리ㆍ자녀등록금, 재래시장, 대기업하청구조,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쌀값 대책 등 10개 소위별로 세세히 짚고 홍준표 최고위원이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니 기대해볼 만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또한 최근 당내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주장을 놓고 찬반 양측이 모두 친서민을 내세우는 해프닝이 있었던 것처럼 차제에 친서민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친서민을 놓고 관치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돌파하기 위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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