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홍진의 할리우드21]

[박홍진의 할리우드21]'배틀필드 어스'『100만마리의 원숭이에게 100만개의 크레이욘을 쥐어주고 100만년간 압력을 가해도 이렇게 멍청한 작품을 창조해내지는 못할 것이다.』(워싱턴포스트) 『말도 안되는 소리다. 특수효과와 터무니없는 대사를 누더기 깁듯 쳐놓았다.「지구전장」이야말로 전적으로 비참한 경험인데 도대체 존 트라볼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LA타임즈) 『최면술에 걸린듯 무모한 영화다.』(USA투데이) 『마치 오랜동안 목욕하지 않은 사람과 버스에 동승한 느낌이다. 나쁜 정도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불쾌한 영화다.』(시카고 선-타임즈) 『보통의 비평을 초월한 영화다. 마치 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든 고교연극을 보는 것 같다. 아마도 21세기 최악의 작품으로 남게 될 것이다.』(뉴욕타임즈) 이것들은 지난달 12일 개봉됐다가 한달도 안돼 간판을 내린 존 트라볼타 주연, 고몽 제작의 공상과학 액션영화「BATTLEFIELD EARTH(지구전장, 한국 개봉명 배틀필드)」에 대한 미국 비평가들의 혹독한 비평들이다. 전미비평가들이 이렇게 한마음이 돼 무자비한 비평을 한 영화도 드문데 이 영화는 트라볼타의 회심의 작품이나,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졸작이 되고 말았다. 기자는 웬만한 불량영화일지라도 시사회 도중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 영화는 보기가 너무 고통스러워 도중에 극장을 나오고 말았다. 제작비 7,000만달러가 든 워너브라더스(WB)배급의 「배틀필드 어스」는 트라볼타가 신도로 있는 말썽많은 사이언톨로지교의 창시자 L. 론 허바드가 1982년에 쓴 소설이 원작이다. 서기 3000년 지구를 정복한 외계인들과 간신히 살아남은 지구인들간의 대결이 중심내용. 트라볼타는 여기서 때가 낀 긴 손톱과 장발을 한 채 플랫폼 부츠를 신고나와 광대같이 굴어 관객들의 야유를 받았었다. 피플지는 『도대체 WB는 왜 이런 꼴불견을 배급했는가』라고 의아해했는데, 그것은 순전히 존 트라볼타의 스타파워 때문이다. 열렬한 사이언톨로지교의 신자인 트라볼타는 십수년전부터 이 작품의 제작을 시도해왔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최근 몇년간 그의 스타파워가 막강해지면서 제작비를 조달하고 WB와 배급계약을 맺게돼 완성을 보개된 것이다. 트라볼타는 당초 외계인에 저항하는 젊은 영웅으로 나오려했으나, 그동안 세월이 너무 흘러 외계인 대장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이고(EGO·자부심)를 먹고 사는 슈퍼스타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때로 형편없는 영화인 줄 알면서도 이들 스타가 만들거나 주연하는 영화를 배급하는 것이 할리우드의 실상이다. 할리우드에 본부를 둔 사이언톨로지교는 비판자들로부터 일종의 컬트종교로 낙인찍혔고, 독일에서는 심한 배척을 받고 있는 종교다. 이 종교에는 트라볼타 외에도 톰 크루즈의 전부인 미미 로저스 등 할리우드의 배우들이 여럿 신도로 가입해 있는데 역시 신도였던 크루즈는 최근 이 교회와 손을 끊었다. 이 교에 가입했다 탈퇴하려는 사람들은 교회측으로부터 은근히 압력을 받았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온 바 있으나 크루즈의 경우 스타파워가 너무 강해 압력없이 무난히 교회를 이탈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할리우드 소식통들은 전했다. 그런데 크루즈는 자기 아내 니콜 키드먼과 출연한 「눈을 크게 감고(EYES WIDE SHUT)」도 배급한 WB측에 「배틀필드 어스」에 개입하지 말 것을 조언했었다고 할리우드의 한 연예지가 보도했다. 어쨌든 「배틀필드 어스」는 트라볼타와 WB 모두에 치욕의 작품으로 남게됐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미 LA영화비평가협회원. 입력시간 2000/06/19 20:16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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