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내년 나라 살림 273兆] 중장기 재정운용계획 보면

성장·재정건정성 두 토끼잡기 '장밋빛 구상'<br>감세·예산절감·지출 효율화 등 통해 균형재정 달성 목표<br>세계경제 침체불구 낙관론 의존… 재정부실 초래 우려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공개한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은 국정운영 비전 실현의 ‘실탄’이 되는 재정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5년간의 큰 그림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2008~2012년까지 감세와 예산 절감, 지출 효율화를 통해 7% 성장능력 확보와 재정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낙관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정부가 재정전략의 토대로 제시한 거시경제전망 자체가 위협받고 있어 낙관적인 중장기계획이 자칫 심각한 재정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성장동력 확충에 재원 집중=새 정부는 5년간의 국가재정을 ▦서민생활 안정 ▦일자리 창출과 성장능력 확충 ▦녹색성장ㆍ지식기반경제를 위한 미래 대비 투자 ▦실용정부 구현 등에 집중 배분하기로 했다. 집권 5년간 재정투자가 가장 가파르게 늘어나는 분야는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의 밑거름이 되는 연구개발(R&D) 분야. 정부는 올해부터 오는 2012년까지 R&D 지출을 연평균 10.7%씩 늘려 2012년에는 R&D에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에 해당하는 16조6,000억원의 재정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는 예산ㆍ기금을 합한 총지출 연평균 증가율(6.2%)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재정투자도 총지출 증가율보다 높은 연평균 7.3%가 제시됐다. 경제를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재정을 중심으로 공공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보건ㆍ복지 분야의 재정투자는 참여정부보다 비중은 줄었지만 새 정부에서도 연평균 8.7%씩 늘어나며 R&D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영어 공교육 지원 등을 중심으로 교육도 연평균 7.6%씩 재정투자가 늘어나는 분야다. 반면 통일ㆍ외교 분야와 문화ㆍ체육ㆍ관광 분야에 대해서는 각각 3.6%, 3.1%의 낮은 증가율이 제시됐다. ◇감세ㆍ재정규율 확립으로 균형재정 목표=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정부 예산수입은 올해 195조1,000억원에서 2012년 252조2,000억원으로 5년간 연평균 6.6%씩 늘어난다. 특히 국세수입은 지속적인 감세 추진으로 연간 평균 6.4% 증가에 그쳐 조세부담률은 올해 22.2%에서 2012년에는 20.8%로 낮아진다. 참여정부가 제시한 22%대 후반의 중장기 조세부담률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다만 사회보장성 기여금이 늘어나는 등 기금수입이 연평균 8.3%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재정수입은 올해 274조3,000억원에서 2012년 367조원으로 연간 7.6%씩 늘어난다. 예산지출과 기금지출을 합친 총지출도 경상성장률이나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은 연평균 6.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의 세 부담은 최소화하는 대신 재정지출도 고삐를 잡아 재정건전성을 높인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재정수지는 올해 11조원 적자에서 내년 10조4,000억원, 2010년 9조7,000억원으로 꾸준히 적자폭을 줄여 2012년에는 균형재정을 달성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는 올해 32.7%에서 2010년에는 31.9%로, 임기 말인 2012년에는 30.9%까지 꾸준히 떨어지게 된다. ◇낙관적 예측에 의존…재정건전성 우려 커=문제는 이런 계획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우리 경제 실질성장률이 올해 4.7%, 2009년 4.8~5.2%, 2010년 5.2~5.6%, 2011년 5.8~6.2%, 2012년에는 6.6~7.0%로 가파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토대로 중장기 재정운용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최근의 세계 경제불안,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국세수입 전망 자체가 어그러지면서 재정건전성도 정부 예상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세수입 대신 세외수입을 늘리겠다는 방침도 재정 악화 우려를 부추긴다. 재정부는 감세로 세수입을 억제하는 대신 지난 정부가 7~8% 수준으로 제시한 중장기 세외수입 증가율을 연평균 12.7%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2012년 세외수입은 34조4,000억원. 세외수입에는 벌금, 과태료, 배당수익, 재화용역 판매수입 등이 포함되지만 정부가 이처럼 가파른 상승률을 제시하는 것은 공기업 지분매각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정부안에 따르면 세외수입은 공기업 매각 일정이 몰리는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전년 대비 3조9,000억원, 6조8,000억원씩 가파르게 늘어나고 국가채무도 24조7,000억원과 27조1,000억원씩 급감하게 된다. 하지만 성사 여부 자체도 불투명한 공기업 매각을 내세워 재정건전성 확보를 노리기에는 금융시장과 경제의 미래가 너무도 불투명하다. 정부가 감세정책에 드라이브를 건 상황에서 정부가 기대하는 성장전망이 엇나가고 공기업 매각을 통한 세외수입 확보마저 차질을 빚을 경우 나라살림에 구멍이 뚫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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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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