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나라가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에 가입해 시장을 개방한 지 40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다.
내수시장이 작은 우리나라는 GATT 체제를 활용한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전략을 택했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GATT를 계승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150여개 회원국간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의견 일치가 힘들어졌고 많은 국가들이 1대1 협상이 가능한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경제 짝짓기’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우리나라도 늦었지만 칠레를 시작으로 FTA를 추진하게 됐으며 미국도 우리가 전략적으로 선택한 FTA 파트너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한미 FTA 발효 이후 10년간 대미 수출은 연평균 10억8,000만달러 증가하고 수입은 6억달러 증가해 대미 무역 흑자가 연평균 4억8,0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일본이나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수입이 미국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는 1억7,000만달러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연평균 무역 흑자 증가분은 6억5,0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한미 FTA의 효과는 이러한 무역 증대에만 있는 것일까.
FTA는 양국간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철폐해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ㆍ이동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약속이다. 여기에는 앞에서 말한 무역 증대와 더불어 양국간 투자 및 기술 협력 활성화, 소비자 후생 증대, 자본ㆍ인력의 이동성 증대, 제도ㆍ문화의 교류 등이 폭넓게 포함된다. 한미 FTA를 단순히 관세 철폐나 수출시장 확대 시책 정도로 이해하는 편협한 시각과 ‘개방하면 망한다’며 FTA의 부정적 효과를 과장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유발하는 왜곡된 시각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미 FTA는 우리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제도 전반을 선진 시스템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이제는 한미 FTA에 대한 소모적인 찬반논쟁을 마치고 정부ㆍ기업ㆍ국민 모두가 ‘FTA모드’로 전열을 재정비해 국가 시스템 리모델링에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이다.
우리 국민은 새로운 기회를 국가 발전의 계기로 삼아 역량을 결집하고 잠재력을 끌어낼 줄 아는 현명한 국민이다. 전쟁 폐허에서 산업화를 이뤄낼 때 그랬고 올림픽ㆍ월드컵 등 국가적인 대사를 치를 때도 그랬다. 이제 또 한번의 기회가 왔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의 경쟁국가들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전까지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하고 국내 시스템을 선진화해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한미 FTA가 독(毒)인지 약(藥)인지는 우리가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