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가 늘 그래왔듯이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당시 무수한 지역 발전 공약을 내세웠다.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 대선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과도한 지역 발전 공약은 역대 정부마다 되풀이되는 고질적인 병폐였고 현 정부도 이를 답습했다. 여기에다 현 정부가 이전 정부와 다른 또 한 가지가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였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면 이를 통해 서민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두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이나 동남권 신공항에 이어 최근에 물가를 잡기 위해 시도되는 기업 압박은 공약이 오히려 갈등의 중심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특히 공약을 둘러싼 갈등이 집권 후반기에 터져나오면서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국책사업 뒤집기, 갈등의 골 커져=세종시 수정안에서 시작된 '대선 공약발 갈등'은 신공항 백지화로 이어지면서 정부와 한나라당ㆍ청와대 간의 갈등은 물론이고 국론마저 분열시키고 있다. 또 다른 대선 공약이었던 부동산 취득세 인하는 매끄럽지 못한 정책 추진으로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온 사례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수감소로 이들의 불만을 불러올 줄 뻔히 알면서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채 정책을 추진하는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고 이는 시장 전반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취득세 인하라는 공약이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는 또 다른 대선 공약으로 지방 재정 확충을 내세웠는데 종합부동산세를 없앤 데 이어 취득세까지 인하하는 상황에서 지방 곳간까지 채우겠다는 것은 실상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같은 줄기에서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던 대선공약도 현재 절반가량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앙정부의 잘못된 공약과 정책 수행 능력이 지자체의 반발을 불러오고 이것이 국민 전체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친기업 정책이 결국 갈등의 싹 틔워=기업들은 현 정부의 출범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반겨 했다. 이전 참여정부가 워낙 강력하게 재벌 개혁을 내세웠던 터라 더욱 그랬다. 물론 처음에는 화합의 모드가 역연했다.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 대기업은 톡톡하게 과실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기업에 대한 호혜적인 정책을 펼친 만큼 기업이 정권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던 탓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어느 정권보다 기업을 위해 일해왔고 그들이 정권의 가장 큰 원군이 되기를 바랐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정권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도와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최근 홍역을 앓았던 초과이익공유제가 대표적 사례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전면에서 이끌었다고 하지만 기업들은 그 뒤편에는 청와대가 있다고 본다. 청와대가 적어도 방임하지 않는 한 정 위원장이 그렇게 강하게 정책을 밀고 나설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익공유제에서 시작된 반발 기운은 물가 정책에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재계의 한 고위임원은 "시장이 잘못되면 국가가 바로잡는 것이 자유시장 경제라고 하지만 지금 정부의 모습은 과거 어느 정권보다 정부의 개입 강도가 거세다"며 "결과적으로 친기업정책이 정부와 기업 간 갈등을 불러오는 아이러니가 되고 말았다"고 씁쓰레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