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셸 휴스턴 대회에서 우승한 뒤 골프장 로커룸으로 되돌아오는 데는 무려 2시간이 걸렸다. 미켈슨은 끊임 없이 몰려드는 갤러리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주고 사인을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험블의 레드스톤 골프장(파72ㆍ7,457야드)에서 펼쳐진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미켈슨은 버디 9개, 보기 2개로 7타를 줄여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마스터스 대회 우승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 했던 미켈슨은 이날 우승으로 세계 랭킹 3위로 도약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그늘에 가려져 ‘만년 2인자’ 신세였던 그는 14년 만에 남자골프 세계 랭킹에서 우즈를 앞지르는 기쁨도 누리게 됐다. 우즈는 세계 랭킹 7위로 떨어졌다.
미켈슨은 이날 스콧 버플랭크와 공동선두로 출발한 뒤 9번홀부터 13번홀까지 5연속 버디를 낚으며 우승을 예고했다. 16번홀(파3)에서 미켈슨은 다시 1타를 줄인 반면 버플랭크는 보기를 범하며 3타까지 벌어져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미켈슨의 이날 우승에 미국인들은 아낌 없는 박수와 애정을 보냈다. 가정적인 남편인 동시에 희망의 전도사인 미켈슨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골퍼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미켈슨은 지난 2009년 아내 에이미가 유방암에 걸리자 한동안 대회 출전을 중단하며 병간호에 매진했다. 지난해 4월 마스터스 대회에 복귀한 그는 완쾌한 아내 에이미의 응원에 힘입어 우승하면서 감동을 주었다. 당시 혼외정사로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타이거 우즈와 대조를 이루면서 미켈슨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마스터스 우승 이후 미켈슨은 또 한번 시련을 겪었다. 미켈슨은 건선 관절염 판정을 받고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이어가야 했던 것. 건선 관절염은 손가락과 발가락 관절이 붓는 피부 질환과 류머티스 관절염이 동반되는 질병으로 운동 선수에게는 치명적이다. 미켈슨은 채식 위주의 다이어트와 집중치료로 질병을 이겨냈다. 그는 자신처럼 관절염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현재 ‘온 코스 위드 필(On Course with Phil)’이라는 관절염 관련 지식 공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병마를 이겨내고 다시 한번 정상에 선 미켈슨은 이번주 마스터스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이자 올 시즌 PGA투어 2연승을 노린다. 그는 지난 2006년에도 마스터스 전초전인 벨사우스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으로 이동해 그린 재킷을 입었다. 미켈슨은 “꼭 2006년 같은 기분이다. 샷이 정말 제대로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거두면 통산 4승째를 기록해 우즈, 아널드 파머와 함께 이 대회 다승 부문 공동 2위에 오르게 된다.
한편 지난해 셸 휴스턴 대회 우승자인 재미교포 앤서니 김(26ㆍ나이키골프)은 공동 13위(10언더파), 위창수(39ㆍ테일러메이드)는 공동 51위(2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