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 Do it now!(당장 하시오!)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상임고문


"첫째 날 나는 나의 삶을 가치 있게 해준 설리번 선생님 얼굴을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그 모습을 내 마음속 깊이 간직해두겠습니다. 둘째 날 먼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웅장한 기적을 보고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을 보겠습니다. 셋째 날 마지막 날이지만 내겐 후회나 아쉬움 따위로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활동이 왕성한 뉴욕으로 가서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겠습니다." 리더스다이제스트가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꼽은 너무나 유명한 헬렌 켈러의 '내가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의 일부다.

이 헬렌 켈러의 글을 인용한 미국의 한 대학강의 일화를 가까운 지인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그 지인이 보스턴의 한 대학에서 안식년을 보내는 동안 청강을 한 영문학강의 첫 시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교수가 들어와 칠판에 크게 "사흘 뒤에 죽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Three days to live)"라고 써놓고는 나가더란다. 한 시간 뒤에 돌아온 여교수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대답을 물었다.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평소 생각을 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것들을 쏟아놓았다.(지인도 마찬가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하고 있지 않다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니 새삼 하겠다고 하는 자신들이 다소 머쓱했고 그 세 단어가 주는 의미를 마음속에 새겨놓는 기회였다고 한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가겠다"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하겠다" "불화가 있었던 친구와 화해를 하겠다" 등등…. 그랬더니 그 교수는 칠판에 써놓은 질문을 지우고는 다시 커다랗게 이렇게 써놓고 나갔다. "Do it now!(당장 하시오!)"


과거 모 중소기업에 경영지원을 나갔을 때 그 회사 사업계획 자문을 요청받고 생각났던 이야기다. 소위 시나리오 경영기법을 이용해 사업계획을 작성하고 있었다. 시나리오 경영은 일본에서는 상당히 진척되고 있는데 21세기 일본 전자산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주력산업의 몰락이나 성장후퇴 등에 적절히 대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TV 드라마 등에서 선택의 변화가 다양할 때 각각의 경우에 맞춰 여러 가지 상황을 상정해보는 것을 기업경영에 도입하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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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시나리오 경영계획은 사업이 직면한 기회와 위협의 전체영역을 인식하고 불확실성을 근거로 하여 전략 대안, 자원배분 등을 포함해 TOP의 강력한 의지와 조직의 실행이 갖춰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런 관점에서 본 이 기업의 사업계획은 다분히 실망스러웠다. 상의하달(Top Down)식으로 정해진 이익목표를 가지고 작성한 사업계획은 대내외 환경 악화내용에 많은 페이지가 할애된 한마디로 도전의지가 담겨 있지 않은 숫자의 나열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이익목표 차질을 시나리오별로 구분하고 상정한 전략은 너무나 일반적이고 교과서적이었다. 예를 들어 이익목표가 10% 차질시, 30% 차질시, 50% 차질시 대처하는 대안이 "통제가능 경비 삭감" "제품원가절감" "가격인상"같은 각본이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덕분에 경영자문은 짧고 간단하게 끝난 것은 물론이다. "Do it now!(당장 하시오!)"

기업의 살림살이인 경영이던 우리의 살림살이나 삶도 마찬가지다. 올해도 일사분기가 지나가고 있다. 연초에 세워둔 경영계획이나 개인의 새해각오(New Year Resolution)나 무심코 내뱉은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내일 하겠다고 하면 한 달이 흘러가고 다음주에 하겠다고 하면 일년이 흘러가고 나중에 하겠다고 말하면 평생이 흘러갑니다." 인터넷을 기웃거리다 읽은 글은 이렇게 마무리 짓고 있다. "후회 없는 오늘을 위해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 - "Do it now!(당장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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