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저축은행 구제대책 입법화를 최대한 저지할 방침이다. 지난 3월 정치자금법 개정 당시와 마찬가지로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0일 "이 상태로는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나 본회의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모든 정무라인을 가동해 국회의원을 설득하는 등 이대로 구제대책이 만들어지지는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위 의원들을 정부는 물론 청와대도 잘 설득했는데 이렇게 나와 아쉽다"면서 "이한구 의원 등은 물론 야당인 민주당의 강봉균 의원도 반대하는 만큼 그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관계자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날 대통령의 거부권 관련 발언에 대해 "아직까지 거부권에 대해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정부나 청와대 모두 현행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저축은행 구제법안이 결국 3월 급제동을 걸었던 정치자금법 개정과 유사하게 무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입법로비가 가능하도록 한 정자법 개정에 대해 청와대는 거부권 가능성을 거론했고 그 결과 입법화가 무산됐다.
다만 이번 대통령의 거부권 거론을 통해 실제로 행사하겠다는 말을 꺼내기 전 아예 법안이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넘어오지 않도록 사전에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다.
예금자구제책이 '특혜'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정치권도 진화에 나섰다. 특히 한나라당은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피해자구제대책소위의 결정을 거부하고 대신 피해자들이 법적 소송으로 보상을 받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특별법 대신 현행법 내에서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률지원단을 꾸리기로 했다고 김기현 대변인이 전했다. 법률지원단은 구체적 피해사례를 수집해 피해자 구제방안을 연구한다. 김 대변인은 "국조특위소위에서 나온 방안은 당의 입장이 아님을 공식 확인한다"고 했고 이명규 원내 수석부대표는 "이 소위는 법률안 의결권이 없다. (소위의 대안은) 의견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열린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에서 "입법보다는 소송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면서 "정부가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가면 소송에 5~6년 걸린다. 정부가 잘못을 빨리 자인, 배상하고 대주주ㆍ회계법인ㆍ금감원 등 책임져야 할 사람이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장관은 1인당 5,000만원 한도인 예금자보호법을 고쳐 보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조경태 민주당 의원의 촉구에 "(한도를 정한 것은) 10년 전"이라면서 "지금 올리는 것은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