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북사업가들이 전한 북한 경제의 오늘

기업들 국제기준 적극 수용… 사업기회 있어<br>

정부 주도 은정첨단기술개발구엔 주변국 아닌 쿠웨이트 펀드 유치

유럽투자자 회사 설립도 잇따라… 값싼 고급인력 활용 ICT산업 활기


폐쇄적 통신망·일방통행 정책은 여전히 대북사업 걸림돌로 지적


"현재 나선(경제개발구)에서는 주택소유권을 허용하는 시험정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평양의 작은 회사에서는 안드로이드·블랙베리 등 다양한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웹·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었어요."

폐쇄적인 정책 탓에 외부세계에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북한 경제의 구체적인 모습이 현지 대북사업가들의 체험담으로 베일을 벗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28일 연구소 정산홀에서 개최한 국제학술회의 '북한과의 비즈니스:기회와 도전'에는 현재 북한과 함께 관광·제조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신들의 솔직한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경제개발구, 주택소유권도 허용"=싱가포르 대북 교류단체의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이사는 발제문 '북한 경제개발구의 비즈니스 전망'에서 북한이 추진 중인 19개 경제개발구가 앞으로 경제개혁 실험의 무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나선특구의 변화상에 주목했다. 북한에서 이뤄지고 있는 많은 변화가 이곳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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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하미안 이사는 "현재 나선에서 주거소유권을 허용하는 시험정책이 시행 중"이라며 "북한에서는 주택이 암시장에서 암묵적으로 거래되는데 이를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나선은 평양과 함께 지난 2002년 북한에서 이동전화 네트워크가 설치된 첫 번째 지역이고 지역정부의 승인만으로 관광할 수 있게 한 '무비자 관광' 사업을 개척한 곳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은정첨단기술개발구가 국가가 개발을 주도하고 쿠웨이트 펀드의 지원을 받고 있어 다른 경제개발구와 달리 중국 등 주변국의 투자에 상대적으로 덜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ICT산업 활기=네덜란드 대북투자 자문업체인 GPI컨설턴시의 폴 치아 이사는 북한 근로자들이 손재주가 좋은 고급인력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임금은 낮아 의류 제조, 정보통신 분야 등 노동집약산업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생산비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숙련 노동자를 찾기도 어렵다"며 "니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업이 어려운 앞면은 북한에서, 뒷면은 중국에서 생산해 한 벌을 완성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진 북한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투자를 소개하며 최근에는 독일·영국 등 유럽 투자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회사들이 북한 내에 설립되면서 ICT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평양의 작은 회사에서도 안드로이드·블랙베리 등 다양한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웹·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었다"며 이 고급인력의 임금이 낮다는 것은 북한에서만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통신망 미비, 폐쇄성…대북사업 걸림돌 여전=대부분의 사람들이 북한과 사업하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걸림돌'로 폐쇄적인 통신망을 꼽았다.

이들은 현재 북한의 통신망은 국제전화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외국인용과 북한 주민들만 사용할 수 있는 내부망으로 분리돼 있어 사업 목적이라고 해도 주민들과 접촉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제개발구 등 대외적으로 진행하는 정책이라고 해도 관련 정보가 외부 인터넷에 거의 공개되지 않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조치도 도마에 올랐다. 아브라하미안 이사는 북한 당국이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추진한 '격리정책'이 별다른 협의나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됐고 수시로 변동됐다며 "이 같은 소통 부족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줬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금융거래를 중단한 국제사회의 조치로 대부분 사업자금을 직접 현지로 찾아가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등 대북 제재 역시 북한과의 사업을 어렵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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