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4월 28일] 영국 정부지출의 '선택'

파이낸셜타임스 4월 27일자

영국은 경기침체로 국민 생산이 계속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경제는 물론 다시 회복될 테지만 그때까지 어떻게 침체를 버텨낼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지난주 발표한 2009년 예산안은 재정적자 규모를 정확히 반영했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세수를 증대하고 정부지출을 줄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했다. 이는 대규모 삭감이 어느 부문에서 진행될 것인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영국이 추구하는 시민사회의 미래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정부 계획은 국가가 국민 건강과 교육을 위해 빈자들의 소득과 부자들의 특권 중에서 무엇을 취할 것인가를 놓고 선택하는 문제다. 이에 대한 생각들이 대립하며 심지어 이데올로기 문제가 다시 나온다. 그 대립이 지금 시작됐다. 지금의 위기상황은 고든 브라운 총리가 개혁이 필요한 핵심 공공지출 분야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해 개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주저한 데 따른 것이다. 어린이 신탁기금과 같은 일부 지출 프로그램들은 확실한 자료보다는 막연한 믿음을 바탕으로 착수됐다. 향후 수십년 동안 200억파운드가 들어갈 영국의 독자적인 핵 억지력 갱신 프로그램도 공적인 토론을 거의 갖지 못한 채 지난 2007년 채택됐다. 그동안 영국은 방위에 관한 전략적 검토도 없이 두 개의 전쟁을 강행했었다. 내년 총선거에서는 2005년처럼 거짓 공약을 두고 양당이 대결하지 않을 것이다. 350억파운드의 공공지출을 줄이자는 보수당의 감세안 계획은 노동당의 조롱을 샀다. 이제는 정부지출 우선 순위를 정하는 수많은 어려운 결정들이 어느 정당이 통치를 하는가보다 더 중요하다. 도로세와 탄소세처럼 많은 세수를 올리고 환경 문제를 부각하는 방법을 쓸까. 건강보험료를 새롭게 올릴까. 학교 등록금은 올라갈 게 뻔한데 이런 세금 인상이 부자가 아닌 이들이 대학을 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실제로 정당들은 불평등의 심화를 얼마나 막고 싶어할까. 아니면 21세기형 낙수형 경제로 다시 회귀하려는 걸까. 감세안은 실질적 효과가 없다. 영국이 추구하는 복지국가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결정일 뿐이다. 보수당은 대규모 감세안을 약속했지만 어느 부문에서 이뤄질지에 대해 설명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노동당은 복지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대비한 상세 계획을 내놓을 정도로 예리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이것들이 영국 유권자들에게 내놓은 현실적인 선택들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선택할 것에 대해서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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