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동십자각] 돈에 대한 새로운 개념

산업부 李康逢차장국제통화기금(IMF)사태가 터진 지 1년6개월…한마디로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위기다. 올들어 불과 반년도 채 안되는 사이 주가가 두배 이상 오르면서 전국 각지에서는 푼돈까지 털어 주식을 매입하는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일부 주부들은 그동안 불입해왔던 적금까지 해약하면서 끼리끼리 모여 증권사 객장을 드나들고 있는데 「지금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분위기가 갈수록 팽배하고 있는 듯 하다. 소비심리 역시 되살아나고 있다. 한 백화점에서는 최근 「액세서리 페어」행사를 통해 2,500만원짜리 황금 속옷을 선보였다. 고통받는 국민들의 감정을 생각하면 올초까지만해도 그 같은 행사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수개월사이 소비심리가 그만큼 뒤바뀐 것이다. 때마춰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4일 서울발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의 회복을 알리며 「한국이 아시아에서 또다른 기적을 이루었다」는 칭찬을 덧붙였다.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마냥 기뻐하할 일은 아닌 것 같다. IMF이전보다 훨씬 못한 현상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통계청에 따르면 그동안 절대 빈곤층이 2배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햇동안 고소득층의 6%가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으로, 중산층의 6%가 하위층으로 전락하면서 월소득 80만원이하의 절대 빈곤층(가구기준)의 비율은 97년 3·4분기 2.4%, 4·4분기 3.0%로 연평균 3.0%에 불과했던 것이 98년 1·4분기에는 6.4%, 3·4분기에는 7.5%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직자나 집계가 안되는 무직자까지 감안할 경우 절대 빈곤층은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빈익빈부익부현상이 심화됐다고 할 수 있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빈부차이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데 있다. 그동안 계속돼온 대규모 구조조정은 기업들간의 빈부차이를 더욱 늘려놓았다. 기업간의 빈부격차는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의 빈부차이를 더욱 벌려놓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소득 불균형에 따른 사회불안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매우 큰 실정이다. 지나친 빈부격차는 국가에 아무 쓸모가 없는 해악이다. 이로인해 국민들간의 위화감을 조성, 또다른 IMF사태를 초래할 가능성마저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돈에 대한 옛 인디언들의 생각을 떠올려 볼 때가 아닌가 싶다. 과거 인디언들은 재물을 인간들이 기쁠 때 주고받는 선물(膳物)의 개념으로 보았다. 선물은 끊임없이 이동하는 개념이다. 만일 자기 딸을 시집보내고 축하객들로부터 선물을 받은 부모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께서 나에게 주신 아이들 덕에 이 선물을 받았으니 나는 이것을 받을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고. 옛날 이야기지만 지금 국내 상황에 비추어 돈에 대한 근본 개념을 흔들어놓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경제 전체가 천민 자본주의 풍조에 허덕이기 보다는 국민들의 힘을 합쳐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재화가치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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