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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 임재범 노래 듣더니… 놀라운 효능
김지하 "문화 창조력 근간은 시김새"'남조선 뱃노래' 재출간"K팝, 외국 따라하기 수준" 일침
김민정기자 jeong@sed.co.kr
시인 김지하 / 서울경제 DB
임재범
"문화 창조력의 근간은 '시김새(전통음악의 장식음)'입니다."
민족문학 대표 문인 김지하(본명 김영일ㆍ71) 시인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서 '남조선 뱃노래(자음과모음 펴냄)'를 28년 만에 재출간하며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K팝을 필두로 한 한류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젊은 아이들(아이돌) 중심의 K팝은 외국에서 배워온 것만 집중해 따라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고통 자체로부터 나오는 희망을 채취하지 못한다"며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의 핵심은 돈이 아니라 그 안의 내용과 콘텐츠"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독일의 사상가 루돌프 슈타이너는 인류 대문명사의 변동 과정에 새 문명과 삶의 원형을 제시할 성배(聖杯)민족이 나타나는데 로마시대에는 이스라엘이 그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유럽이 아닌 동쪽이 그 역할 한다고 했다"며 "우리나라가 한류를 통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려면 '문화 창조력의 근간'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문화창조력의 근간, 민족예술의 원리를 시김새에서 찾아야 한다"며 "전라도 판소리 핵심에 시김새가 있는데 시김은 끓어오르는 울분ㆍ슬픔을 삭인다는 뜻이다. 극도의 고통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 우리 민족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하는 가수 임재범을 'K팝의 대장'이라 칭하기도 했다. 그는 "UC버클리 학생에게 임재범의 노래를 들려줬더니 (노래를 통해) 쾌감이 아닌 치유를 얻었다고 말하더라"며 "임재범의 노래에는 요즘 노래에서 느낄 수 없는 시김새가 배어 있다"고 표현했다.
김지하는 1970년대 유신 독재에 저항한 민주화의 상징이자 민족문학 대표 문인이며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인 고(故) 박경리 선생의 사위다. 19일 재출간되는 '남조선 뱃노래'에는 시인이 옥중에서 쓴 양심선언과 법정 최후진술을 비롯해 김지하의 사상을 드러내는 산문과 강연문 등이 수록돼 있다. 1985년 낸 산문집 '남녘땅 뱃노래'의 개정판이다.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김지하는 1969년 '시인(詩人)'지에 '황톳길'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64년 대일 굴욕외교 반대투쟁에 가담해 첫 옥고를 치렀고 '오적' 필화사건, 민청학련사건 등으로 8년간 옥고를 치렀다. 1980년 출옥 후 동서양의 철학과 한국의 전통사상을 아우르는 생명사상을 제창했다. 시집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시삼백' 등이 있고 회고록 '흰 그늘의 길'과 '김지하 사상전집'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