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범과 전몰장병이 같다는 아베의 몰역사성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릴레이 망언이 끝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미국 국민이 전사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소인 알링턴국립묘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라며 "앞으로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침략부정, 위안부 망언도 모자라 이제는 전몰장병 또는 테러 피해자들을 A급 전범과 동일시한 아베의 몰(沒)역사성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알링턴국립묘지는 지난 1864년 남북전쟁 전사자를 위한 묘지로 만들어진 후 1ㆍ2차 세계대전 등 각종 전쟁 전사자와 테러 희생자를 안장한 곳이다. 이곳에 묻혀 있는 이들 중 이념이 다를 수는 있을지언정 전범이나 학살을 주도한 이는 없다. 생체실험을 자행하고 침략한 다른 나라의 꽃다운 처녀들을 군인의 성노리개 취급한 A급 전범과 같이 언급된다는 것 자체가 미국에 대한 모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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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베의 삐뚤어진 역사인식에 일본인 모두가 찬동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사죄했던 무라야먀 도미이치 전 총리는 침략 사실을 부정한 아베에 대해 "무력으로 상대국에 들어가면 그게 바로 침략"이라고 비판했다. 자민당 일부 간부와 요미우리ㆍ아사히 등 일본의 대표 신문들도 잘못된 역사인식을 문제 삼았다. 문제는 대다수 일본 국민들이 '아베가 옳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내각 지지도가 70%에 달했다.

아베의 일본이 극우민족주의 행보를 멈추고 이웃나라와 화해를 시도할 여지는 거의 없다. 오히려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동북아 패권경쟁에서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더 노골적인 우경화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중일의 대립과 갈등이 앞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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