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로 올 상반기 독도문제와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한일관계가 또다시 얼어붙고 있다.
특히 이번 참배는 목전에 닥친 북핵 6자회담을 비롯해 APEC 정상회의, 북일 수교교섭 등 양국간 외교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시점에 터져나온 일이어서 사태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강력한 항의의사를 표시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직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17일 오전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우리 정부는 좌절감마저 느끼고 있다”며 항의의 뜻을 전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의 한일관계다. 당장 앞으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 일정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김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오늘 이후로 셔틀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연말부터 매년 7월과 12월께에 양국을 번갈아 오가는 ‘셔틀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지난 7월 고이즈미 총리가 서울을 방문했고 오는 12월에는 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차례지만 그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김 대변인은 또 APEC 정상회의 때 한일 양자회담에 대해서도 “현재 특별히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회담이 연기 또는 취소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일관계가 당분간 급랭기를 거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총선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한 고이즈미가 국내 여론의 지지를 노리고 외교적 강수를 뒀을 경우 냉각된 한일관계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신사참배는 다음달 초 제5차 6자회담을 앞두고 있는 북핵문제와 북일수교 협상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에 대해 불편한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구체적으로 북핵문제 또는 북일수교협상과 연계한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한편 중국의 반응도 격렬하다. 왕이 주일 중국대사는 17일 “신사참배는 중국 인민에 대한 중대한 도발행위”라며 “고이즈미 총리는 양국관계의 훼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베이징의 주중 일본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에서 반일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인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다니지 말 것을 권고했다. 동북아 3국이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로 들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