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은 17일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된 데 대해 “앞으로 통일부장관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과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 내정자는 보수적이면서도 합리적 성향의 대북 전문가로 꼽힌다. 과거 김대중 정부 당시 6.15 공동선언에 대해서도 자유주의적 접근에 기반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실주의에 입각했을 때 정책 실행에 한계가 따랐다고 지적하는 등 합리적이고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2005년 3월 발간된 통일연구원 논문 ‘6·15 남북공동선언 재조명 : 이론적 배경과 의미’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유주의적 낙관론 및 발전주의와 현실주의적 신중함의 조화가 필요하다”며 “남북한은 ‘민족주의적 시각’과 ‘국가중심적 시각’ 사이에 균형이 이뤄질 때 보다 효율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통일연구기관 전문가는 “홍 내정자는 5.24조치 해제를 위해서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그동안 5.24조치 해제 문제를 가지고 많은 고민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홍 비서관의 장관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 동안 장관 하마평에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만큼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외부 인사의 장관 임명이 워낙 자주 있다 보니 익숙할 법도 하지만 학자 출신 청와대 비서관이 곧바로 장관으로 온 적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복수의 통일부 당국자들은 이날 개각 발표 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업무 측면에서는 홍 내정자가 청와대에서 근무한 만큼 대북정책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을 역설할 때나 3월 독일 국빈방문에서 ‘드레스덴 구상’을 발표할 때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그 동안 남북관계에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정치인들이 장관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터라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홍 내정자는 지난해 2월 남북 고위급접촉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했고 같은해 10월 황병서 등 북한 고위 3인방이 전격 방남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오찬 회동을 했을 때도 배석했다.
그러나 그가 과거 학계에 있을 때 주로 안보의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분석해 왔기 때문에 남북경협과 교류, 이산가족문제와 인도적 지원 문제 등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통일부 내부에서는 류길재 장관에 이어 다시 교수 출신이 장관으로 임명된 데 대해 아쉬움도 나왔다. 통일부 출신으로 장관까지 오른 인사는 사실상 정세현(2002~2004) 전 장관이 유일하다. 홍 내정자 역시 학자 출신이다 보니 조직을 장악하고 정책을 집행하는데 있어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