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ㆍLA 다저스)의 낮고 무거운 직구에 밀워키 타자들의 타구가 번번이 내야에 갇혔다. 다저스가 7대0으로 앞선 5회 말. 1사 1루에서 일본인 타자 아오키 노리치카가 류현진의 초구 커브(변화구)에 배트를 돌렸지만 1루수 앞 병살타로 맥없이 물러났다.
류현진이 '땅볼 유도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며 시즌 5승(2패)을 거뒀다. 23일(이하 한국시간) 밀워키의 밀러 파크에서 끝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밀워키전(9대2 다저스 승)에서 류현진은 7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을 3.42에서 3.30으로 떨어뜨리는 동시에 경질설에 시달리던 돈 매팅리 감독을 구원하는 호투였다. 108개(스트라이크 70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데뷔 최다 이닝 투구도 기록했다.
류현진의 5승 과정에서 땅볼 아웃 수 11개가 말해주듯 효과적인 피칭을 보였다. 탈삼진 4개 외에 18개의 아웃 카운트 가운데 11개를 땅볼로 잡았다. 그 중 두 개는 병살타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에 그쳤지만 류현진에게는 스트라이크존 낮은 쪽 양 구석을 찌르는 '핀포인트 컨트롤'이 있었다. 류현진은 23일 현재 땅볼(66개)을 뜬공(54개)으로 나눈 수치가 1.22로 팀 내에서 가장 높다. 병살 유도 횟수도 8차례로 내셔널리그 공동 5위. 안정성과 효율에서 리그 정상급 투수라는 얘기다.
◇스테디 피처=류현진의 가치는 꾸준히 안정적인 투구에서 나온다. 10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QSㆍ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만 7경기다. 나머지 3경기에서도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볼티모어전(6이닝 5실점)에서 출혈이 다소 컸지만 샌프란시스코전 6이닝 4실점, 애틀랜타전 5이닝 2실점은 QS에 가까웠다. 매 경기 실점이 있었던 만큼 무실점 투구가 기대되는 상황. 류현진은 밀워키전 승리 뒤 "언젠가는 점수를 주지 않는 경기가 나올 것이다. 올해 안에 되지 않을까"라며 여유롭게 넘겼다. 벌써 5승을 챙긴 것에 대해 "선발 로테이션을 잘 지켜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힌 그는 "투구 수가 적어 오래 버틸 수 있었다. 올 시즌 두자릿수 승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상 등 외부 요인이 없다면 류현진은 앞으로 20경기 정도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산술적으로는 15승도 가능하다.
◇평균자책점 3.16이 3.30으로=다저스 타선은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7점을 뽑았다. 다저스가 7점 이상을 내기는 류현진이 4승을 거둔 마이애미전 이후 10경기 만이다. 다저스 타선은 류현진 등판일에 경기당 5.1점(10경기 51점)을 지원하고 있다. 든든한 타선과 반대로 구원 투수들의 난조는 아쉽다. 7대1로 앞선 8회 말 1사 1루에서 강판된 류현진은 구원 투수가 무실점으로 막았다면 7⅓이닝 1실점으로 끝낼 수 있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16으로 떨어져 2점대가 눈앞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투수 로날드 벨리사리오는 피안타 두 개로 1루 주자에게 홈을 허용했다. 류현진의 자책점. 시즌 평균자책점도 3.30으로 높아졌다. 벨리사리오는 지난달 14일 애리조나전에서도 류현진이 남긴 두 명의 주자가 전부 홈을 밟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