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형 투자은행(IB) 육성 정책에도 불구하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5개 대형증권사의 기업신용공여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7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2·4분기) 기준으로 KDB대우증권(006800)·우리투자증권(005940)·삼성증권(016360)·한국투자증권·현대증권(003450) 등 5개 회사의 신용공여 한도(16조9,032억원) 대비 기업신용공여 비율은 12.9%(2조1,92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별로는 현대증권이 20.9%(6,308억원)로 가장 높았고 한국투자증권(16.9%·5,257억원)과 KDB대우증권(16.8%·6,775억원)이 뒤를 이었다. 삼성증권(6.2%·2,079억원)과 우리투자증권(4.3%·1,502억원)은 기업신용공여 비율이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5개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한 뒤 기업에 대한 대출·지급보증 등 신용공여 업무를 가능하도록 했다. 올해 7월에는 일반신용공여와 기업신용공여 한도를 기존 60%에서 100%로 확대하기도 했다. 신용공여는 금융기관 등이 자금을 빌려줄 때 담보를 잡지 않고 상환능력만을 믿고 대출해주는 것이다. 기존에는 은행이 주로 신용공여 업무를 주로 담당했지만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대형증권사에도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민 의원은 "정부가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관련 제도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한 탓에 종합금융투자회사들이 기업신용공여 업무를 위한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앞으로 보다 체계를 갖춰서 기존 은행과도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정치권의 지적과 달리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기 때문에 대출 및 지급보증을 필요로 하는 기업(수요)이 적은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기업신용공여 시장이 더 크게 형성될 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한 대형증권사의 관계자 역시 "기업신용공여 업무를 시행한 지 1년이 채 안 된 탓에 해당 부문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제도 도입 자체를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