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전자증권制 도입 미룰수 없다"

연간 1,000억원·360만시간 사회적 비용 절감 가능<br>OECD국 대부분 운영… 예탁원 "특별법안 마련중"<br>예탁업무기관 갈등조정·시장 공감대 확보 선행돼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전자증권제도 도입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증권시장의 흐름을 감안할 때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전자증권제도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이를 감안해 5일 증권예탁원은 이달 중순께 관련 직제가 확정되면 특별법을 제정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허항진 증권예탁원 조사개발부 전자증권팀장은 “현재 전자증권제도 도입과 관련해 입법방식 및 적용방식, 투자자보호방안 등 16개 주요 안건을 기초로 특별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전자증권제도 도입 시급=전세계적으로 실물증권이 자취를 감추는 추세가 굳어지고 있다. 선진국 대부분이 전자증권제도를 시행하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실제 지난 1983년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한 이래 현재 증권예탁결제기관이 설립된 전 세계 97개 국가 중 60개 국가가 이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에서는 22개 국가가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이 1995년 회사법에 근거해 무증서증권규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고 스웨덴 역시 주식계좌법과 금융증서의 등록에 관한 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일본도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간다. 이 같은 전자증권제도 도입 바람은 금전ㆍ시간적 비용 절약과 거래의 투명화, 실물보유에 따른 분실위험 축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2006년 증권예탁원이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부즈앨런해밀턴에 의뢰한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할 경우 연간 약 1,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실물증권 관련 업무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매월 약 30만 시간(연간 360만시간)가량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종호 건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전자증권제도 도입에 따른 비용 및 시간절감은 발행회사ㆍ투자자ㆍ금융기관 등 모든 자본시장 참가자들에게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 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전자증권제도가 정착되면 그동안 사회적으로 문제시됐던 비실명 무기명증권의 유통으로 인한 각종 폐해가 원천적으로 제거돼 증권시장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효과도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왜 특별법 추진하나=현재 국회 법사위에 전자증권화를 선택사항으로 규정한 상법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따라서 이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전자증권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실물형태로도 유가증권을 발행할 수 있어 자칫 전자증권제도가 반쪽자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증권예탁원은 현재 전자증권 관련 상법개정안을 대신해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자증권제도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일반법이 아닌 특별법 형태로 추진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허 팀장은 “일반법이 아닌 특별법으로 포맷을 바꾼 이유는 일반법의 경우 증권관련법 다수를 개정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며 “일본과 영국 등 외국사례를 보더라도 특별법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영역 갈등, 사회적 공감대 강화는 넘어야 할 산=주주명부관리업무와 국채등록업무는 전자증권제도 논의 과정에서 증권예탁원과 관련 업무기관 간 갈등이 예상된다. 주주명부관리업무는 현재 명의개설대행기관인 하나은행ㆍ국민은행이, 국채등록업무는 한국은행이 각각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 전자증권제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선결돼야 할 부분이다. 이철송 한양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전자증권제도의 도입논의는 꽤 오래 전에 시작됐지만 아직도 논의단계에 머물고 있다”며 “이는 전자증권제도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되면 증권거래에서 익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등의 개별적인 이해로 제도도입을 반대하는 투자자도 존재한다”며 “이런 문제를 포함해서 전자증권제도의 손익을 따진 후 여전히 순기능이 탁월하다는 점에 관해 시장주체의 합의를 얻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자증권 제도란= 전자증권제도란 증권을 실물로 발행하지 않고 증권상의 권리를 전자등록부에 기재해 증권 상의 권리를 인정하고 권리행사를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증권의 발행 및 유통을 전자화하는 것으로 전자화된 증권을 전자증권이라 부른다.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되면 증권유관기관이 실물증권을 발행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절약되고 투자자의 경우 실물증권 보유에 따른 분실위험 축소 및 투자자금 조기 회수 등의 혜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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