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10일] 파치올리·복기부기


[오늘의 경제소사/11월10일] 파치올리·복기부기 권홍우 레오나드로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르네상스 예술을 대표하는 3대 거장이다. 경제사의 시각에서는 이들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 있다. 루카 파치올리(Luca Pacioli), 회계학의 아버지다. 1494년 11월10일 그가 지은 ‘산술ㆍ기하ㆍ비율 및 비례 총람’은 유럽 전역에 복식부기를 확산시키며 주식회사 출범과 근대적 자본의 축적을 이끌었다. 괴테가 ‘인간의 창조물 중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극찬한 총람의 성격은 수학 백과사전. 아라비아 숫자를 처음 받아들인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수학법칙을 집대성한 책이다. 사금을 찾아내 금괴로 꾸민 셈이다. 파치올리는 방대한 지식을 어떻게 모았을까. 스승과 여행 덕이다. 1445년 이탈리아 중부 산 세폴크로에서 태어난 그는 수학의 원리를 이용해 원근법을 개척한 화가 프란체스카 밑에서 수학의 세계에 빠졌다. 20세에 부자상인의 수학 가정교사로 들어갔을 때 상업부기도 배우고 상선을 타고 여행하며 지중해에 접한 아라비아 지역에서 선진 수학을 익혔다. 서른살 무렵 프란체스코 수도회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후 파도바ㆍ나폴리대학에서 강의하던 그는 일곱살 연하인 다빈치와도 사귀었다. 다빈치의 그림과 건축에 스며 있는 원근법과 기하학의 스승이 파치올리다. 그의 초상화도 다빈치 작품이다. '잊혀진 천재'라고 하지만 파치올리는 행복한 편이다. 총람이 ‘자본주의의 산파’로 불릴 만큼 서구의 발전을 낳았기 때문이다. 복식부기에 자본주 관계까지 드러나는 개성부기(송도사개치부법ㆍ松都四介治簿法)는 파치올리보다 200년 앞섰건만 희미한 흔적만 남았을 뿐이다. 조선왕조 초기에 정부출납에 엄격히 적용됐던 중기(重記ㆍ복식부기의 기본원리인 이중기입)도 흐지부지 없어져버렸다. 아쉽다. 입력시간 : 2006/11/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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