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차3사가 보는 「삼성그룹 기아삼키기」

◎“삼성,부실 「기산」인수 1차목표”/기아처리,정부·채권단 방침과 일맥상통/일단은 관망… 포드지분 인수도 불사할듯『현재로선 인수할 여력이 없다.』 임경춘 삼성자동차부회장 등 삼성의 최고경영진들의 기아자동차 인수여부에 대한 입장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말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삼성 내부에도 없다. 삼성의 입장은 『워치단계』라는 관계자들의 말에 잘 담겨 있다. 「기아사태가 워낙 급속하게 변하고 있어 액션보다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아는 물론 현대·대우 등 기존업체들이 보는 삼성의 기아인수 의지는 이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강력하다. 그 증거는 많다. 기아특수강에 대한 정세영 현대자동차명예회장,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공동경영 합의는 여러가지 배경과 목적이 있지만 『어떤 경우든 삼성이 기아를 인수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임에 틀림없다. 이는 곧 기아사태에 대한 현대와 대우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와 기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기아에 대한 정부·채권단의 처리방향은 삼성의 구상과 맥을 같이한다 ▲삼성은 기아인수를 위해 치밀한 전략·전술을 마련, 단계별로 추진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막기위해 최대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게 기존업체들의 인식이며, 이는 전환사채인수, 기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및 해결요청, 기아특수강 공동경영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와 대우가 보는 삼성의 「대기아전략」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 것일까. 삼성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기존업체들이 보는 삼성의 전략은 단계별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기존업체들은 기아가 부도방지협약대상으로 선정된 직후 삼성비서실과 삼성자동차에서 마련해 이건희회장에 보고한 「기아대책」과 현재 추진되고 있는 채권단의 「기아처리」 및 정부의 방침이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업체는 기아처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제3자, 정확히 삼성의 인수라며 삼성이 마련한 기아인수의 단계별전략을 최고경영진에 보고한 적이 있다. (1)기아그룹의 부실상황 부각 (2)경영진퇴진의 필요성 제시 (3)(주)기산 인수 (4)포드의 기아자동차 지분인수가 핵심내용이다. 여기서 두단계 까지는 현실화됐다. 또 한 업체는 『삼성은 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대상으로 지정된다는 사실을 이미 7월초에 알고 있었다』며 삼성의 뛰어난 정보력과 기아인수가 밀도있게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주장했다. 이에대해 삼성은 『부도방지협약 전인 6월말 부터 기아그룹의 향방에 대한 종합전망을 했고, 현상태에서 기아에 대한 「부도협약」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적은 있으나 단계별 인수전략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7월초에 부도협약을 알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정황을 종합해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이지 정부나 채권단과 어떤 사전조율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기존업체들이 보는 삼성인수 전략의 핵심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주)기산의 인수며, 또다른 하나는 포드의 지분인수 추진. 기산의 인수는 기아자동차 지분을 4.79% 보유하고 있기도 하지만 기아에 팽배한 삼성이미지 개선의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부실상태인 기산을 인수, 자금지원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은 물론 임금이나 복지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삼성에 대해 느끼는 기아의 거부감을 희석시키자는 의도라는 것. 마지막단계인 포드지분의 인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지금까지의 분석이었다. 그 이유는 기아와 포드의 계약. 양측은 이 계약에서 「포드는 제3자에 주식을 매각할 경우 기아에 우선 매각하고, 기아가 능력이 없을 경우 기아가 지정하는 제3자를 그 대상으로 한다」고 해놓았다. 현실적으로 삼성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보인다. 그렇지만 사태반전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게 기존업체들의 입장이다. 포드의 주식매각을 위한 협상파트너는 기아의 최고경영자다. 현재 채권단은 김선홍 회장의 퇴진을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새로운 경영진이 등장할 경우 포드지분을 제3자에 넘기는 방안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기아에서 김회장의 퇴진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또 삼성과 포드의 접촉도 구체화되고 있다는게 기존업체들의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포드의 뉴마켓 & 어소시에이션 담당임원(전무급)인 폴 드렝카우는 최근 국내에서 제일은행, 삼성 등과 접촉하면서 지난달 중순께 삼성의 고위관계자가 포드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현재 삼성고위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삼성은 포드측에 지분인수 당시 금액의 3배를 제의했다』는 구체적인 협상내용 까지 밝히고 있다. 삼성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자동차는 『임경춘 부회장이 일본을 방문, 이회장에게 최근의 기아사태에 대한 종합보고를 했다』고 확인했다. 기아인수 방안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기아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관심이 상당하다는 것은 확인한 셈이다. 기존업체들의 이같은 인식은 진위여부를 떠나 기아살리기를 위한 정부의 지원요구, 기아특수강 공동경영, 기아자동차 및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포드의 마쓰다식 경영방안 모색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만들어내면서 기아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박원배 기자>

관련기사



박원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