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금체계 성과연동제 개편

찬성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 교수

반대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정부가 지난 19일 우리나라의 지배적인 임금체계인 연공급제(연령 근속연수 기준 임금지급)를 능력·직무 중심의 임금제로 바꿔나가겠다는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발표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나이에 따라 자동으로 오르는 연공급은 능력·성과에 따른 보상이 어렵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는데다 고령화 시대 정년연장을 통한 고용안정을 위해서라도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사회구조 특성상 연공급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노사자율로 결정해야 할 임금체계를 정부가 바꾸려는 시도부터가 잘못됐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이 확대되고 2016년부터 정년 60세 연장이 예정돼 기업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터라 임금피크제 도입과 더불어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찬반 견해를 싣는다.

● 찬성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 교수


정년 연장·고용 유지 위해 개혁 불가피

일본도 1990년대 들어 연공성격 완화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19일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발표하자 노동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임금 구성항목이 너무 복잡하고 근속에 따라 기본급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연공급(연령 근속연수 기준 임금지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임금제도는 저성장·고령화 시대에는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임금구성을 단순화하고 기본급에서 연공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 매뉴얼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당연하고 시의적절한 문제 제기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런 임금체계 개편을 임금삭감으로 규정하고 비판하고 있다. 심하게는 고령자 임금을 줄여서 기업이윤을 보장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너무 일면적인 문제 제기다. 임금을 조정한다는 것은 고용을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년연장을 맞이해 임금피크제나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은 고령인력의 고용을 정년까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고용과 임금의 교환인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고용은 빼고 임금조정만 언급하는 것은 정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계는 임금의 '생활보장'적 기능을 강조하며 연공급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국가의 사회보장 시스템이 취약했던 우리나라는 기업이 연공급을 통해 생활보장을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 현실이 여전히 기업이 전적으로 생활보장을 책임져야 할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또 임금은 생활보장 이전에 일에 대한 대가다. 노동자가 일을 통해 보여주는 능력과 생산성에 대한 보상이란 얘기다. 연공급은 생산성에 대한 보상이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나아가 매뉴얼이 논하는 것은 임금 수준이 아닌 임금체계로써 임금 수준만을 강조하는 노동계의 주장은 논점에서 벗어난 측면도 있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임금체계를 왜 정부가 나서서 바꾸려고 하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필자도 공감한다. 노사 간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돼 노사정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모양이 좋다. 하지만 정부를 탓하기 전에 노사가 당사자의 문제를 대화와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풀어왔는지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 노사는 사소한 사안에도 사사건건 대립하다가 정부와 법원에 문제 해결을 미루곤 하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서 여러모로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의 경험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임금 연공성 완화를 위한 노사의 집요한 노력을 통해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 대략 40세 이후에는 임금상승이 거의 없는 '일'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일본의 성공을 가져온 가장 중요한 요인은 협력적 노사관계다. 물론 정부 매뉴얼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임금은 근속·연령이 아니라 담당하는 '일'이나 수행하는 '역할'의 가치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는 임금체계의 방향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 매뉴얼이 제시한 임금체계 개편 방법은 사실상 기존 임금체계의 초보적 수준의 개선에 불과하다. 어차피 비난받는다면 임금체계의 개념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단기 및 중장기적 임금체계 개편 로드맵을 가감 없이 제시하는 편이 나았을 수도 있다.

관련기사



저성장, 고령화와 정년연장,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나라 노사는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피해나갈 수 없다. 매뉴얼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 노사 관계의 품질수준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완수할 수 있을지 자꾸 회의만 커진다.

● 반대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연공임금은 생활보장적 기능 지녀

정부, 노사 결정 사안 개입해선 안돼


지난 3월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임금체계 매뉴얼에 대한 날선 공방이 오갔다. 한국노총은 내용의 편파성과 일방성을 문제삼았다. 노사 어느 한편에 기울지 않고 공정해야 할 정부가 왜, 이 시기에 경영계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느냐는 것.

야당은 국회 노사정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이런 식이면 노사정 협상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 여당도 매뉴얼이 과연 실효성이 있다고 믿는 건지 따져 물었다. 당정협의도 없었던 내용이라면 추후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경영계만은 정부를 두둔했다. 정부는 시기와 방법에 있어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노동자와 기업의 임금에 대한 관심과 강조점은 다르다. 각자 처한 입장이 다르므로 당연한 일이다. 적정한 임금수준·임금격차·기본급과 수당 등 임금구성, 가장 중요한 임금인 기본급을 연령이나 근속으로 결정할 것인가, 일(직무)의 중요성(가치)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능력 또는 성과로 할 것인가, 임금을 계산 및 지급하는 형태는 시급·일급·월급·연봉으로 할 것인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임금에 관한 모든 쟁점은 통합된 일체로서 노동과정, 기술적 조건, 시장조건, 경영철학, 조직문화, 노사관계 등과 상호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임금과 관련해 정부가 할 일은 별로 없다. 임금이 적정수준인지 즉 최저임금 위반인지 감독하고 임금을 제때 제대로 주는지 즉 임금체불이 없는지를 감독하면 된다.

임금체계는 전적으로 노사가 알아서 결정할 일인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과거 우리 정부는 현실화하라는 최저임금인상에는 인색하면서도 이른바 임금을 억제하는 데는 민첩해 비현실적인 소득정책을 통해 임금구성체계를 엉망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누더기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우리나라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만든 장본인 중 하나가 정부라는 얘기다.

정부와 기업이 수십년간 직무급과 직능급 그리고 성과급을 도입하고 애썼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도로아미타불이거나 내용은 연공급(연령 근속연수 기준 임금지급)인데 무늬만 바뀌었다는 사실, 공무원과 공공 부문 임금의 연공성이 민간 부문보다 강하고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 등은 연공급 임금이 한국사회에 뿌리박은 현실적 합리적 이유가 있음을 뜻한다. 기업이 급변하는 환경에 도전과 응전하는 과정에서 성과주의·능력주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취약한 사회안전망 속에서 연공임금이 가지는 생활보장 혹은 생계비 충족적 기능을 설명한다. 기업별 노사관계를 중심축으로 하는 조건에서는 더욱 그렇다. 철학자 헤겔의 말처럼 존재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정부는 노사 간 입장과 이해의 대립이 있는 경우엔 객관적이고 공정한 역할을 하고 임금체계의 경우엔 정확한 시정정보만 제공하면 된다. 연공급이 모든 악의 근원이 아니다. 장점도 많고 그간 많은 기여를 해왔으며 현실 적합성이 있다. 연공급과 관련된 생산성 문제는 비현실적 가정을 토대로 한 입증되지 않은 과거 굴뚝산업 시대의 논리며 생산성이 고정돼 있다는 가정에 오류가 있다. 임금피크제는 과거 구조조정으로 인한 암묵적 계약위반의 문제 즉 정년보장과 고용안정의 문제를 함께 제기해야 한다. 능력주의·성과주의를 이야기하려면 그 허상과 부작용 그리고 공정한 평가의 문제도 지적해야 한다. 첩경은 정부가 먼저 시행해보고 성공사례를 전파하면 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