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포퓰리즘이 국가흥망 가른다] 日총리는 아이돌스타?

■ 창간기획<br>개인 인기도 따라 정권 수시로 교체<br>제대로 된 정책논의 해보지도 못해


지난 2007년 일본에서는 'KY'라는 말이 크게 유행했다. KY는 '공기ㆍ분위기'를 뜻하는 일본어 '쿠우키(空氣ㆍくうき)'와 '읽는다'는 뜻 '요무(讀)む'의 알파벳 표기 앞글자를 합친 신조어로 한 마디로 '분위기나 상황 파악을 못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다.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나 쓰이던 이 말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은 TV를 통해 이 표현이 전파를 타면서부터다. 당시 TV에서 'KY'로 지목된 인물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였다. 1년 여 만에 전격 사퇴한 아베 전 총리의 뒤를 이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아소 타로(麻生太郎),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로 이어지는 역대 총리들에게도 여론의 'KY' 비난은 이어졌다. 이들 4명의 총리들 가운데 임기 1년을 넘긴 이는 없다. 역대 최악으로 지목되는 간 나오토(菅直人) 현 총리는 아직 취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오사카 이와오 릿쿄대 교수는 "근래 들어 일본에서는 정책에 대한 평가보다 총리 개인의 인기도에 따라 정권이 수시로 바뀌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며 "미디어에서 KY로 낙인 찍혀 정책 논의는 해보지도 못하고 퇴진하는 일이 벌써 5년여 동안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이 미디어를 의식한 인기영합 정치 풍토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이용한 인기정치에 가장 성공한 인물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였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매일같이 TV 화면을 통해 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스스로 몸담은 자민당에 대한 비난을 서슴없이 제기했고 TV는 그의 농담 섞인 발언과 음악 취향, 머리 스타일 등을 일일이 소개하며 그를 '아이돌 스타'로 만들었다. 다만 아직까지도 많은 일본인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는 그의 개혁정책의 실체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임기 내내 혈안이 됐던 고이즈미 개혁의 핵심, 우정민영화를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과연 우정민영화가 오늘날의 일본에 그토록 의미 있는 정책이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의 대중적 인기는 5년5개월이라는 근래 보기 드문 장기집권 성과를 그에게 안겨줬다. 그런 고이즈미 총리처럼 대중적 인기를 노렸지만 실패한 대표적인 인물로 간 총리가 꼽힌다. 오사카 교수는 "탈(脫)원전이나 소비세 증세 방침 등은 모두 '이렇게 말하면 인기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일단 말하고 본 것"이라며 "고이즈미 전 총리와의 차이는 신념도 없이 인기만 추구하는 점"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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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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