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오바마, 유인 우주탐사 계획 포기

美 우주개발 주도권 민간으로…NASA의 미래 안갯속<br>엔데버호등 우주왕복선 내년 2월말까지 모두 퇴역<br>예산도 삭감…직원들 하나 둘 새일자리 찾아 떠나<br>민간기업들 능력 부족…달 탐사등 사실상 어려워<br>ISS행위해러우주선 사용 불가피 '자존심에 상처'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항공우주국(NASA)의 본거지이자 유인(有人) 우주선 발사기지인 케네디 우주센터 직원들은 요즘 마음이 뒤숭숭하다. 지난해 1만5,000명에 달하던 인력은 최근 7,000명으로 절반 이상 감축됐다. 1972년 아폴로 17호의 달 착륙 이후 반세기 만에 야심차게 추진되던 유인 우주탐사 계획인 ‘컨스털레이션(Constellationㆍ별자리)’ 계획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포기’ 선언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진 예산 감축까지, NASA의 앞날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NASA의 자부심의 상징이던 우주왕복선도 줄줄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 미국은 일반 항공기처럼 우주로 나갔다가 임무를 마친 뒤 활공 비행을 통해 지구 대기권으로 귀환하는 우주왕복선을 보유한 전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하지만 ‘디스커버리호’는 오는 30일이 마지막 비행이 된다. 또 내년 2월 말 최종 비행이 예정된 ‘엔데버호’까지 현재 미국이 보유한 3대의 우주왕복선이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퇴역하게 된다. 가장 먼저 현역에서 물러난 아틀란티스호는 이미 박물관으로 옮겨질 수순을 밟고 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미국 NASA의 우주선으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갈 수 없게 된다. NASA는 민간기업과 함께 ISS로 가는 로켓을 2015년까지 개발해 그 동안 우주왕복선이 해오던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오바마 정부의 예산 삭감과 함께 이 역시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만에 하나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2015년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는 5년간의 공백이 발생한다. 우주개발의 대명사로 꼽히던 NASA의 이처럼 불확실한 현실은 NASA 직원들은 물론 세계 최강의 우주 강대국이라는 미 국민들의 자부심에 적잖은 상처를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영국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 등 해외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포기’ 선언한 컨스털레이션 계획은 오는 2020년까지 달에, 그 뒤에는 화성 등 다른 태양계 행성으로 유인 우주선을 보내겠다는 것. 지난 2004년 부시 행정부 때부터 시작돼 이미 9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0조4,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에 오바마 정부가 ‘스톱’을 외친 것은 2020년 유인 달 탐사 목표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신 NASA에 민간 기업과 협력 하에 우주정거장 왕복 및 위성발사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용 우주비행선을 개발하도록 예산 60억 달러를 내주는 한편, 향후 30년을 목표로 유인 화성탐사와 소행성 탐사에 주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주정책 전문가인 존 록스던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달 탐사 포기는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은 미국 우주개발 계획 방식을 바꿔 놓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며 “민간 참여로 유인 우주비행이 새 활력을 얻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NASA도 최근 스페이스X와 위성 발사용 로켓 제작회사인 오비탈 사이언스 등 2개의 민간 우주기업과 계약을 체결, 향후 6년간 ISS에 최소 20회의 화물 및 과학기자재 운송 업무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들 회사가 엔진을 포함한 우주화물선 성능시험에 합격한다면 이들은 무려 35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며 우주사업의 선구자로 발돋움하게 될 전망이다. 100여명 가량의 NASA 직원들이 민간업체로 옮기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하지만 민간주도의 우주개발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의회의 대표적인 시장경제 예찬론자이자 NASA 직원이 많이 살고 있는 앨라배마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리처드 셀비는 “민간 우주기업들이 열정과 노력을 쏟아 붓고 있기는 하지만 그 중 일부는 우주선을 계획대로 발사할 능력이 없다”고 강조하며 “민간우주기업 옹호론자들이 아무리 좋은 말로 그들의 능력을 포장해도 민간우주기업이 달까지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간우주기업 연합체인 상업우주비행연합회의 브래튼 알렉산더 회장도 “민간 우주기업들은 비교적 쉬운 일을 맡고 어려운 작업은 NASA가 맡는 것이 타당하다”며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달과 화성 탐사 계획이 실현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렇게 미국의 우주개발 구상이 혼선을 보이며 정체에 빠져 있는 사이, ISS로 오고가는 운송수단은 모두 러시아가 독점하게 된다. 미국 역시 적잖은 사용료를 내고 러시아의 ‘1회용’ 우주선인 소유즈 우주선을 이용하해야 한다. 러시아가 소유즈 우주선 이용에 부과하는 요금은 개인 여행객의 경우 3,500만달러, NASA에 대해서는 5,100만달러. 미국은 4차례의 ISS행 비행을 위해 러시아에 무려 3억600만 달러의 지불 계약을 해 놓은 상태다. 계약이 종료되는 2013년 이후에는 러시아가 요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지만, 민간 우주기업들의 미국은 울며 겨자먹기로 러시아의 압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1년 동안 NASA에서 근무하며 컨스털레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한 트레비스 톰프슨(52) 연구원은 “오바마 우주법이 발효된 이후 컨스털레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많은 동료들은 의욕을 잃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며 “뿔뿔이 흩어진 동료들이 과연 NASA에서 이뤄낸 만큼의 우주개발 프로젝트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미지수”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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