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지구촌 FTA열풍 어디까지…

경제 넘어 정치·외교적 블록 역할<br>다자간 협상 난항에 세계각국 앞다퉈 FTA 추진<br>부산 APEC서도 FTA-다자무역체제간 조화 모색<br>기업 '글로컬라이제이션'으로 개방 파고 넘어야


『 통합적 질서. 이른바 글로벌화 속에 한편에선 지역화가 뚜렷해지는 이중 구조가 오늘 지구촌 지형도다. 지역화를 촉진하는 대표적 시스템-지역 기반의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세계 경제 지도를 급격히 바꿔가는 FTA 열풍의 추세, 그리고 앞날을 진단해본다. 』 이번 부산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주요 의제 중 FTA 확산 관련 아젠다는 맨 앞줄에 섰다. 지구촌 경제 정치 중요 사안으로서의 위치를 뚜렷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제간 무역ㆍ투자 자유화 방향 설정과 관련된 이른바 ‘부산 로드맵’ 제시와 함께 FTA-다자(多者)무역체제 간 조화를 선도적으로 모색하는 방안이 회의 기간 협의될 예정이다. FTA의 급속한 확산은 이제 부인키 어려운 대세다. 그리고 그 추세가 국제간 통상 질서는 물론 국가별 산업구조 그리고 미시적으론 기업들의 경영전략 전반, 심지어 개인의 일상 생활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급증하는 FTA=세계무역기구(WTO)는 모든 회원국에게 최혜국 대우를 보장해주는 다자주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세계무역체계이다. 반면 양자간 또는 소지역간 지역 무역협정은 WTO의 최혜국대우 및 다자주의 원칙을 벗어난 일종의 특혜무역체제다. FTA의 경우 회원국간엔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반면 비회원국에게는 WTO에서 유지하는 관세를 그대로 적용한다. 언뜻 모순의 관계로 보이지만 그러나 다자주의와 지역주의는 상호 보완의 요소도 있다는 점이 최근 인정돼가는 추세다. 다자 무역 체제의 근간인 GATT(관세와 무역에 대한 일반 협정) 시절(1948~1994년) 동안 체결된 FTA 수는 모두 48개였다. 그러나 지난 1994년 WTO 출범 이후 10년 동안 FTA는 급증세를 보여 GATT 체제 43년 동안 체결된 협정 건수의 거의 3배에 달하는 132건이 체결됐다. 최근엔 다자간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의 부진과 FTA 자체의 메리트로 전 세계적으로 FTA 확산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20여 개, 올해는 이보다 많은 수의 협정 체결이 예상된다. 최근 사례론 중국ㆍ아세안 FTA가 지난 7월 발효됐으며 NAFTA보다 경제규모가 큰 FTAA(범미주자유무역협정), EUㆍ남미공동시장(MERCOSUR) 협정 등 5대양 6대주 곳곳에 굵직굵직한 FTA가 현재 추진중이다. ▦달라지는 추진 배경 및 목적=FTA 추진 배경과 체결국간 기대하는 경제효과도 질적으로 달라지고 다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관세철폐와 비관세장벽완화를 통한 교역 확대가 주요 목적이었다. 최근엔 경쟁을 통한 기술 혁신, 직접투자유치, 경제구조조정 등도 시장 접근과 더불어 중요한 목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FTA 체결은 시장 확대를 통한 경제적 동기에서 비롯된다. 몇 년 사이에 지역적 안정, 지역적 리더십 강화 등과 같은 정치외교적 목적에서 추진되는 FTA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들어와 공격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가 특히 두드러진 케이스다. 1980년대 이후 자유무역확산을 위해 양자간 지역간 다자간 무역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른바 ‘트리플 트랙’(Triple Track) 통상 정책을 추진해온 미국은 전통적으로 차별적인 대우를 허용하는 양자간 지역간 무역협상보다는 최혜국 대우를 보장하는 다자간 협상을 선호했었다. 그러나 다자간 협상이 번번이 난항을 겪으면서 양자 및 지역간 자유무역 협상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성격 변화도 뚜렷하다. FTA를 정치ㆍ외교ㆍ경제 전반 등 복합적인 전략 목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관세 인하 및 교역 확대 등 순수하게 경제적 이유인 경우가 오히려 예외적 사례에 해당한다. 이스라엘과의 FTA가 그 대표적 케이스. 특히 미국이 교역 비중이 높은 EU와 일본 등과 FTA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EU와 일본 등은 상호 경쟁적인 산업부문이 많아 FTA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큰 것이 주된 이유다. ▦세계 경제 지도 재편…개별 기업들도 대응 전략 마련해야=지금 세계는 다자간 통상 질서가 제대로 수립되지 않고 각국이 앞 다퉈 FTA를 개별적으로 체결하는 추세가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당장 다음달 무역ㆍ투자 자유화 협상인 DDA의 기본 청사진 마련을 목표로 개최되는 홍콩 WTO 통상관계장관회의에서부터 제대로 된 합의가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자주의가 이처럼 곳곳에서 난항에 부딪히고 있는 현실에서 세계 각국이 진행중인 지역주의 구도와 다자간 통상 질서와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해 나가기 위한 국제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런 점에서 옳다. 이번 부산 APEC에서도 바로 이 문제가 중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의를 WTO 다자간 무역 체제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서 규정한다면 이 과정에서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에게 선점 당할 가능성이 높은 시장 개방에 대비한 내부적 준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즉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하루바삐 키워나가는 일에 속도를 더욱 높이고 특히 외국 자본의 국내 시장 잠식을 효율적이고 합법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FTA 추진과 병행, 찾아내야 한다. 기업 기업대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다자주의든 지역주의 든 기업 입장에선 어차피 건너야 할 환경 변수들일 뿐이다. 글로벌화와 로컬화를 동시에 이뤄나가는 이른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경영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세계는 FTA 전쟁중이다. 세계 패권을 노리는 미국과 중국 등은 그 중에서도 맨 앞줄에 서서 전 세계를 돌며 FTA를 강력히 드라이브 해나가는 나라들이다. FTA는 이제 경제를 넘어 정치 외교적 강력한 블록으로서의 역할로 그 성격을 변모해가고 있다. 앞뒤를 치밀하게 재가며 그 열풍에 내실 있는 줄서기를 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 대열에서 언제든 밀려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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