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계대출 억제한다며 잇속 채우는 은행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일제히 올리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은행권의 신용대출금리는 연 7.23%로 한달 새 무려 1%포인트나 뛰어올랐고 가계대출금리도 5.80%까지 치솟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예금금리나 국고채 같은 시장금리는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데 반해 대출금리만 다락같이 오르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어 가뜩이나 물가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압사 지경이다.


은행들은 지점장 전결금리까지 없앨 정도로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그렇다면 은행들은 지금 고객 신용위험 수준이 과연 금융위기 때만큼 나빠졌는지, 그게 아니면 은행수지 문제를 대출금리 수입으로 해결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고객 의문에도 투명하게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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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 할 나위 없이 이것은 일선 창구에서 신규대출을 조이면서 떨어지는 대출수입을 금리를 올려 편하게 메우려는 것이다. 더욱이 예금금리가 떨어져 자금을 싸게 조달하면서도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은 결국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지시에 편승해 더 큰 이익을 챙기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은행들이 제멋대로 가산금리나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바람에 대출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뒤집어 쓰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은행들은 이제라도 고객 입장에 서서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 대출금리를 올리겠다면 그만큼 예금금리도 인상하는 게 선후가 맞는 일이다. 만약 금리조정기에 한몫 챙기겠다는 발상으로 대출금리를 올린 것이라면 글로벌 금융회사를 지향하는 은행들의 영업방식으로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은행들은 당초 약속대로 금리체계 개편작업에도 속도를 붙여 차입자 부담만 키우는 대출금리 연동기준을 하루빨리 변경해야 한다. 은행들은 대출부담을 낮추기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된 기존의 대출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갖은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모습이다. 당국도 결과적으로 은행의 배만 불리는 가계대출 억제정책의 폐해를 인식하고 고객 보호 차원에서 철저한 감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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