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주가가 동시에 폭락한 지난 22일 `블랙먼데이`의 후폭풍에서 은행 거래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차손으로 수익률이 급락할 수 있는 해외채권펀드의 경우 대부분의 은행들이 선물환을 통한 헷지(hedgeㆍ위험회피)거래를 걸어 놓았기 때문에 고객들의 피해는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행들이 외화차입금의 90%이상을 다시 외화대출로 운용, 자금운용상의 미스매칭(Miss Matching) 문제가 없고 오히려 원화강세로 기업들의 대출 상환이 쉬워졌다는 분석이다.
한미은행 오민석 국제금융팀 과장은 “환율하락에 따른 은행 외화차입 부담은 전혀 없다”며 “오히려 일부 기업들의 경우 환차익을 노려 외화대출의 조기 상환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팔고 있는 해외채권펀드의 경우도 환차손으로 펀드에 돈을 맡긴 개인고객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은행들은 이미 선물환 계약을 통해 위험을 회피했기 때문에 만기까지 맡겨 놓을 경우 고객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 외환, 국민, 한미, 우리은행 등은 환위험 헷지거래 비율이 평균 9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제일은행의 경우 3종류의 해외채권펀드를 판매하면서 전혀 선물환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고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채권에 투자하는 다른 은행 상품과 달리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이다 보니 선물환 계약이 쉽지 않았다”며 “미국 증시가 살아나고 있어 환율하락 분 만큼 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가와 환율의 폭락으로 주가지수연동예금과 외화예금(9월 15일 현재 153억9000만달러) 가입 고객들의 손해는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화예금이 올들어 30억달러 가량 늘어났지만 투기적 수요가 아닌 실수요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원화로 환전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환율 급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