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맥 못추던 화학주 바닥 찍고 '상승 신호탄'

환율 급등에 LG화학·롯데케미칼 등 뜀박질

국제유가 급락세까지 진정땐 강세 이어질듯


극심한 업황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던 화학주가 환율상승 기류를 타고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화학업종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내렸다며 원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바닥을 치고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4,27포인트(0.22%) 오른 1,967.27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며 장중 한때 1,974.69까지 치솟아 한 달여 만에 1,970선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환율 급등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 수출주들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00원을 돌파했다가 오후 들어 상승 폭이 둔화되며 전날보다 4원4전 오른 1,096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00원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2일 이후 약 14개월 만이다.

환율 급등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것은 단연 화학주였다. 이날 화학업종(1.45%) 주가 상승률은 시가총액 대형주의 평균 상승률(0.29%)을 크게 웃돌며 지수 상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화학업종 대장주인 LG화학(051910)은 전날보다 6.32%(1만2,000원) 오른 20만2,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단숨에 20만원대를 회복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4.72% 오른 16만6,500원으로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금호석유(011780)화학은 4.07% 상승한 7만9,200원에 거래되며 석 달 만에 처음으로 8만원대 진입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이 밖에 SK이노베이션(096770)(5.56%)과 SK케미칼(006120)(4.71%), SKC(011790)(3.39%) 등 SK그룹의 화학계열 3인방도 반등에 성공했고 OCI(010060)(4.52%)와 대한유화(006650)(3.49%) 역시 상승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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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화학주들이 대거 반등할 수 있었던 데는 그동안 주가가 너무 떨어졌다고 느낀 투자자들의 매수유입과 더불어 환율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달러 결제가 많고 수출 비중이 높은 화학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특히 해외로부터의 원료 도입에만 한 달가량 시간이 걸리는 화학업체들로서는 단기간에 환율이 오르면 제품으로 가공한 뒤 판매하는 마진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경우 4·4분기 영업이익이 환율 1,060원 적용 시 1,100억원으로 예상되지만 환율이 1,100원으로 오르면 영업이익도 3,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화학업계의 4·4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의 사이클상 지금이 바닥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재성 대신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산업은 설비투자(CAPEX)의 시차에 따른 초과공급과 초과수요가 반복되면서 6~8년마다 주기적인 업황 사이클을 반복해왔다"며 "석유화학의 기본 제품이자 업황의 선행지수를 보여주는 에틸렌 가격 강세는 본격적인 시황회복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화학업계 내부에서도 바닥론이 흘러 나오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실적 전망에 대해 "지금이 바닥이 아니겠느냐"며 "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과 동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화학업계에는 호재다. LG화학 관계자는 "엔저로 일본업체와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는데 원화 약세가 가속화되면 이를 상쇄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지역 수급이 개선되는 가운데 유가 급락이 진정되고 원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화학주들의 주저앉은 밸류에이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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