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다양한 이론 섞어야 제맛… 칵테일처럼

■ 장하준의 경제학강의(장하준 지음, 부키 펴냄)

"획일적인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가라"

장하준 교수가 전하는 경제학 입문서

신고전학파 등 주요 학파 한계 짚어내

"사회 구조·현실 맞게 접목 필요" 주장



장하준이 돌아왔다. 경제학자이자 밀리언셀러 작가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교수가 이번에는 '장하준의 경제학강의(원제 Economics : The User's Guide)'로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지난 2010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이후 4년만이다.

이번에는 경제학의 기본으로 돌아갔다. 경제학이란 무엇인가가 이번에 그가 탐구하는 과제다. 물론 그가 경제학 입문서를 쓴 것은 아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친, 아니 현실을 호도해온 기존 경제학을 근본에서부터 뒤집는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라는게 저자의 규정이다. 대중과 유리돼 일부 경제학자들의 전유물이나 지적 유희 대상으로 전락한 경제라는 학문을 생산과 경제활동의 주역인 시민에게 돌리는 돌리려는 작업에서다. .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책에 대해 저자는 "내용은 쉽고 말투는 순하지만 내 책중 가장 래디컬하다"고 스스로 평한다. 무슨 뜻일까. 지금까지 저자는 전세계에 획일적으로 강요된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경제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나라마다 사회구조와 발전단계에 맞는 경제정책이 따로 있음을 입증하거나('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른바 신고전학파 '주류 경제학'에 어떤 허점들이 있는지 논파('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번 '장하준의 경제학강의'에서는 더 근본으로 파고든다. 지금까지 신자유주의를 부추겨왔던 신고전학파 자체의 사고구조와 이론적 문제점을 파헤친다. 한마디로 신고전학파가 세뇌한 경제학의 정의와 개념부터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교과서들과 학자들이 주장하던 관점을 뒤집고 근본부터 재정립하려는 목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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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기존 경제학은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지적 오만에 빠져있다고 질타한다. 이는 현재 신고전학파가 경제학을 규정하는 태도에서 기인한다. 신고전학파는 경제학을 '희소성을 지닌 수단과 목적 사이의 관계로서 인간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이라고 정의한다.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과학은 아님에도 과학인 체하면서 대중을 호도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접근법을 모든 세상일에 적용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등 경제도 제대로 예측 못했으면서 말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고전학파의 경제 접근법은 경제의 많은 영역 가운데 오로지 소비와 교환에 중심을 뒀다. 그리고 경제현실을 이론에 맞추고 있다. 이는 분명 경제활동에서 '노동'과 '생산'을 뺀 것이다. 특정한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분명한데 또 그들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고차원적인 경제 수학이 아닌 보다 보편적인 현실을 사용해 경제현상을 독자들에게 이해시키려 한다. 신고전학파 비판에서 나아가 그동안 비주류로 치부돼 왔으나 사실은 역사의 각 국면마다 역할을 해온 여러 경제학 방법을 소개하고 그들의 가치를 재확인한다.

철없는 골목대장 노릇을 하던 신고전학파를 또래 아이들의 일원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이다. 신고전학파를 포함한 9개의 주요 경제학파의 장단점과 한계, 역할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면 신고전파의 그간의 위세는 학문적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에 따른 것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덧붙인다. "여러 가지 주류와 향료를 배합해 입맛에 맞는 칵테일을 주조하듯이 우리 현실의 요구에 따라 각각의 학파의 장단점을 취합하는 경제학파 칵테일이 필요하다."

저자는 경제 사용자인 우리 시대의 모든 시민들을 위해 경제학 입문서로 이 책을 구성했다고 분명히 말한다. "경제문제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전문가들 손에만 맡겨둘 수 없다. 즉 책임있는 시민은 모두 어느 정도 경제학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특정 경제학 시각을 무조건 흡수하라는 말은 아니다. 경제 상황과 도덕적 가치 및 정치적 목적 아래서 어떤 시각이 가장 도움이 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경제학을 배우라는 말이다." 1만6,8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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