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융 정상화는 사외이사 '자기 권력화' 차단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금융사 사외이사제도에 대대적인 손질이 가해진다. 그동안 사외이사 자리를 독식해온 교수·공무원의 진입을 제한하고 감시와 평가를 강화하는 방향의 개혁이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신제윤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발전심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논의한 뒤 입법 예고했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금융·경영·회계 등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보유해야 하며 직무수행을 위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것을 자격요건으로 규정해 자격 미달의 교수·공무원들은 아예 사외이사 자리를 기웃거리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사외이사에 대해 매년 자체평가를 실시하고 2년마다 외부기관의 평가를 받도록 견제장치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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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상화는 사외이사 '자기 권력화' 차단에서 시작돼야 한다. 사실 그동안 금융지주의 일부 사외이사는 전문성은 없으면서도 권한만 크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경향이 농후했다. 오죽하면 회의자리에서 신 위원장이 "사외이사들이 특정전문직이나 직업군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자기 권력화됐다"고 개탄했겠는가. 경영진과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은 것도 크나큰 적폐였다. KB사태에서 보듯 은행장과 지주사 회장 간의 갈등이 경영상 위기로 이어졌음에도 사외이사와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사회는 조정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사외이사제도 개혁이 다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다만 개혁안에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와 연임 요건이 불명확해 당국의 개입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해 사외이사제도 개혁이 '제2의 관치'로 변질되는 일만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1997년 도입된 기존 사외이사제도 또한 경영자의 전횡을 차단하고 견제와 균형을 도모한다는 훌륭한 취지에서 출발했으나 결국 실패하지 않았나. 그 제도를 뒤집는 이번 개혁마저 관치강화로 귀결된다면 처음부터 아니 함만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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