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의 신공덕 삼성아파트 주민들은‘삼성래미안아파트’에 살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했기 때문. 주민들은 “입주 시에 아파트 외벽 상층부분과 놀이터 조형물은 물론 홍보책자에 ‘래미안’로고가 표시돼있었다”며 관할 구청인 마포구청에 건축물대장에 올라간 아파트 이름을 바꿔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구청은“아파트 명칭을 변경하려면 조경공사나 시설개선 공사 등을 통해 단지 내 환경을 개선한다는 조건 아래 시공사의 사용승낙을 거쳐야 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결국 판단은 법원 몫으로 넘어왔다.
이에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안철상 부장판사)는“래미안이라는 명칭이 통용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가 있었지만 착오로 명칭 일부가 누락돼 건축물 대장에 오른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28일 밝혔다.
그 이유로 재판부는 “삼성물산은 소송 전에 입주자들에게‘신공덕 1차 삼성래미안아파트’가 아파트 준공 당시 예정된 이름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며 “삼성물산이 래미안이라는 상표를 출범한 2000년 이후 입주한 이 아파트 단지에 일부러 ‘래미안’이라는 상표를 배제한 채 명칭을 정할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유명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에는 브랜드가 당연히 따라붙지만 브랜드 도입 초창기에는 ‘바꿔달라’는 입주자들과 ‘안 된다’는 건설사가 맞서기도 했다. 건설사를 설득해 겨우 이름을 바꿀 수 있게 됐더라도 행정기관서 받아들이지 않아서 소송으로 넘어온 사례도 있다. 소송으로 아파트 이름을 바꾼 첫 사례는 지난 2007년‘롯데캐슬’로 명칭을 바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사당롯데낙천대아파트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2006년 전체 입주자 가운데 82%의 동의를 얻어 ‘롯데캐슬’로 이름을 바꾸기로 하고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내세운 조건대로 아파트 외관과 출입구 공사 등을 마쳤다. 그러나 행정기관은 “입주자는 명칭변경을 신청할 권한이 없다”며 거절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물건 이름을 정하고 변경하는 것은 소유자의 권리에 속한다”며 “아파트 외관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거나 명칭을 시대흐름에 맞게 바꾸려는 입주자들의 욕구를 금지할 필요는 없다”며 변경을 허가했다. 다만 재판부는 아파트 이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 변경된 명칭에 부합하는 실체를 변경해야 하고 ▦ 바뀐 이름에 따른 혼동이 없으되 ▦ 집합건물인 만큼 소유자들의 집단적인 의사결정방식에 의한 동의와 브랜드 권리자의 사용승낙이 필수조건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명칭을 바꾸기 위한 조건은 건설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삼성물산의 래미안아파트의 경우 입주시기가 앞서 예로 든 신공덕 아파트처럼 2000년 이후라면 바뀔 가능성이 있지만 그전에 입주했다면 명칭 변경은 불가능하다. 롯데건설을 비롯한 다른 건설사들은 대부분 조경이나 건물 외벽 공사를 마치면 변경신청을 받아주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오래된 아파트 이름바꾸기가 한 때 유행을 탔다”며 “브랜드 관리를 위해 건설사들이 되도록 변경을 기피하다가 송사에 휘말린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건설사의 동의를 얻지 않고 주민들이 멋대로 명칭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며 “재건축 등 개발 이슈가 남아있기 때문에 명칭을 바꿔달라는 고객들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