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미술은 역시 손맛"

'주사기 작가' 윤종석 개인전 옷으로 표현한 전쟁·권력<br>'인두 작가' 이길우 개인전 한 작품에 동·서양 공존

윤종석 '라이벌 바르셀로나'(왼쪽)와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길우 '무희자연'

"역시, 손맛이야." 현대미술은 말(言)로 포장하고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하기에 흉내 낼 수 없는 작가의 손맛은 확고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노동집약적인 수공에서 예술작품의 참 맛을 찾아내는 작가 윤종석과 이길우의 전시가 나란히 막을 올렸다. 국제아트페어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도 탄탄한 지지기반을 확보한 이들은 높은 인기를 방증하듯 중화권에서는 '짝퉁' 도 등장할 정도다. ◇붓 대신 주사기로 그리다=주사기로 물감을 쏘아 그리는 윤종석(39)은 '주사기 작가'로 통한다. 5㏄짜리 작은 주사기로 물감을 한 방울씩 짜 내 이미지를 만든 지 10년. 좁쌀만한 점을 수없이 찍어 커다란 화폭을 채우는 데는 길게는 한 달까지 걸려 1년에 25점 안팎을 만들어낼 뿐이다. 노고의 과정에 담긴 손맛 덕분에 극사실에 가까운 정교함과 짜낸 물감의 독특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볼록 솟은 무수한 물감덩이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작가가 그리는 것은 '옷'. 그는 "벗어놓은 옷에서 우연히 새ㆍ개ㆍ별 등의 형상이 보였다"면서 "군복ㆍ유니폼 등 문양이 뚜렷한 옷을 직접 접어 형상을 만든 뒤 그림으로 완성한다"고 말했다. 개인전이 열리는 인사동 갤러리 아트싸이드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C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개 모양으로 만든 '라이벌' 연작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브라질ㆍ프랑스ㆍ이탈리아 등 축구 강국의 유니폼이 거대한 총으로 탈바꿈한 작품은 '총성 없는 축구전쟁'을 비유한다. 또 군복을 접어 만든 수류탄과 군화, 교련복으로 만든 거대한 총 등은 옷에 담긴 권력을 상징한다. 베이징ㆍ상하이ㆍ 대만ㆍ싱가포르ㆍ홍콩 등 중화권에서 국내 이상의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작가다. 전시는 26일까지. (02)725-1020 ◇인두로 한지에 채색하다= '인두작가' 이길우(42ㆍ중앙대 한국화과 교수)는 가는 연필형 인두를 이용해 한지에 무수히 많은 구멍을 뚫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린 다음 두세 장 겹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나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위한 헌사'라는 생각으로 2003년 처음 향불작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공이 많이 들기에 100호짜리 한지를 뚫어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데 꼬박 보름이 걸린다. 수행승처럼 묵묵히 향불과 인두로 지지는 과정을 두고 작가는 "뚫린 구멍 뒤로 바탕그림까지 보여 어제와 오늘, 동양과 서양이 한 작품에 드러난다"면서 "태워 없앤 뒤 그 아래에 돋아나는 새살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격동 갤러리 선컨템포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춤사위를 주제로 한 신작 '무희자연(舞喜自然)'을 선보였다. 한복입은 전통무희의 동양적인 이미지와 서양의 춤꾼 마이클 잭슨이 겹치거나 겸재 정선의 산수화 같은 옛그림에 피카소나 버락 오바마의 모습이 포개지는 식이다. 작품 성격은 팝아트 적이지만 동양적인 고전미가 공존해 해외 아트페어에서 인기다. 전시는 27일까지. (02)720-5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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