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유럽의 放廢場과 국민의식

이현우 <논설위원>

영국 중서부의 셀라필드(Sellafield)와 스웨덴 발트해 연안의 포스마크(Forsmark). 웬만한 지도에는 표기조차 안된 작은 마을이지만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의 성공적 운영으로 이름이 나 있는 곳이다. 지난주 이 지역 시설물을 견학하면서 원자력에 대해 좀더 알게 됐다. 이들 마을은 처리장을 둘러싼 철조망만 없다면 유럽의 전형적인 시골풍경과 다를 게 없다. 셀라필드 원전센터 주변 곳곳의 목축장에서는 양과 소 떼들이 풀을 뜯고 있고 철조망 바로 밖에서는 밀이 탐스럽게 여물어가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생수공장도 있었다고 한다. 포스마크도 비슷한 모습이다. 주민들의 시위는 물론이고 형식적이나마 있을 법한 반대 플래카드나 담벼락 낙서도 전혀 없다. 폐기물 처리 후대에 안 남겨

이 같은 성공적 운영의 가장 큰 원동력은 안전성이다. 시설 및 각종 정보의 철저한 공개를 통한 불신해소, 지역경제 활성화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방폐장 주변에서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지으며 생수까지 생산한다는 것은 안전과 환경 및 생태계에 큰 영향이 없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방폐장 배수는 물론이고 주변의 지하ㆍ지표수, 어패류, 풀과 우유 등의 오염측정 결과와 처리시설 및 물질, 방사능 농도, 배출내용 등은 주민들에게 남김없이 공개된다. 처분장 건설에 따른 반대급부 성격의 보조금 등 정부차원의 직접지원은 일체 없지만 방폐장은 고용증대와 관광객 유치 등으로 지역경제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셀라필드의 경우 종업원 1만명 중 80%가 지역주민이고 하청업체의 90%가 지역업체다. 포스마크도 주민 6,000여명 중 1,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연간 2만여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기도 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스웨덴의 경우 방폐장을 비롯해 쓰레기 소각장 등 이른바 혐오시설을 기피하는 님비현상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안델스 마크그렌 포스마크 홍보관장은 “문명시설은 부수물을 낳기 마련인데 우리가 만든 찌꺼기의 부담을 다음 세대에 넘겨서는 절대로 안되며 그 처리는 과학자 등 전문가들이 연구ㆍ지정하는 방식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식이 국민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공동체 의식 덕분에 현재 추진 중인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도 후보지 두 곳이 유치경쟁을 벌이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마크그렌 홍보관장는 환경단체들의 반대에 대해 “모든 나라가 부딪치는 문제로서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지만 터무니없는 견해에는 휘둘리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시민의식은 홍보의 힘이 컸다. 홍보는 일방적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 심지어 환경단체가 요구하는 자료나 정보는 100% 제공하고 그들의 견해를 충분히 반영하는 쌍방향의 열린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신뢰가 쌓인 것이다. 홍보방식과 환경단체에 대한 대응자세 등은 우리 정부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에너지, 지속가능 발전에 필수

스웨덴은 에너지자원 빈국이다. 원자력과 수력이 각각 절반씩 차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원자력 비중 증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전고갈 우려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로 오존층 파괴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과 비슷한 상황인 우리로서도 효율적인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 최선의 방법은 대체에너지 개발이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풍력ㆍ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개발ㆍ활용의 세계적 모범사례로 꼽히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도 이들 에너지 비중이 채 2%가 안되는 실정이다. 대체에너지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야겠지만 당분간은 원자력이 대안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에너지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요소다. 방폐장 건설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곤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해결의 열쇠는 완벽한 안전성 확보, 정부의 효율적 홍보, 성숙한 주민의식이라는 것을 유럽의 방폐장들은 보여준다. hu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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