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출혈경쟁 오히려 소비자불신만 불러/외제확산 위기감도 작용… 업계 뒤이을듯(주)태평양이 화장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을 대폭 인하하게 된 배경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국내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수입 화장품에 대한 방어전략이 절실하다는 위기감이 가격인하를 촉발케한 주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던 게 사실이다.
「원가로 따지면 내용물보다 용기값이 더 비싸다」는 게 국산화장품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일반적 인식이었다.
화장품가격에 대한 불신감은 제품보다는 할인율경쟁, 이에따른 출혈경쟁으로 일관한 화장품업계가 자초한 결과였다. 출혈경쟁은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만들 수 밖에 없었고 자중지란에 빠진 국내 업계는 봇물터지듯 밀려드는 외제화장품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저간의 사정이었다.
이번 가격인하결정 배경에는 유통질서를 바로잡아 소비자들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으로부터 수입화장품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뜻이 담겨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상위 10대 화장품업체 할인판매에 대한 무더기 시정조치를 내린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정위는 최근 태평양을 비롯한 국내 10대화장품업체에 90일이내로 부당한 가격표시를 시정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전병인 태평양 상무는 『건곤일척의 심정으로 이번 조치를 단행케됐다』고 말하고 『국산 화장품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서는 업계가 권장소비자가격의 인하대열에 공동보조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태평양의 이번 조치는 업계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업계사이에 암묵적으로 내년 2월에 실시키로 되어 있는 OPEN PRICE(OP)제도에 앞서 내년부터 한달동안 한시적으로라도 권장소비자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다.
쥬리아는 가격문란은 업계 공동의 책임이라고 말하고 OP제도에 대한 대리점홍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태평양의 이번 조치는 제조업체가 손대기 쉽지 않은 유통가격에 대한 결정을 단행했다는 데 복합적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2월로 OP제도가 실시되기로 예정되어 있는 마당에 실질 가격인하도 아니고 권장소비자가격을 인하한 것은 재고처리를 위한 홍보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박동석 서정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