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사이버 신냉전시대 오나

미국 "전방위 침략 크게 우려"<br>배후로 사실상 중국 지목<br>벌금·교역제한 등 대응 검토<br>G2 해킹전쟁 수면위로


세계 양대 강국(G2)인 미국과 중국의 해킹 전쟁이 마침내 수면 위로 부상했다. 공격의 실체도, 피해도 드러나지 않는 사이버테러가 미중 관계를 팽팽한 긴장으로 몰아넣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냉전종식 20여년 만에 사이버 신(新)냉전에 직면하게 됐다.

19일(현지시간) 미 백악관과 외교안보 당국에서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사이버 위협을 경계하는 발언이 잇따랐다.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글로벌 사이버 공격의 목표물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사이버 방어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교ㆍ경제ㆍ군사를 포함한 범정부 차원의 접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은 사이버 침략으로 국가안보와 경제가 위협을 받는 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사이버 공격은 미 국방부와 정부기관, 뉴욕타임스(NYT) 같은 언론기관, 코카콜라와 페이스북 등 민간기업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날 미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도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들 관료는 미국을 위협하는 사이버 공격의 주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들이 행간에서 지목한 것은 단 한 곳, 바로 중국이다. 앞서 인터넷모니터링 업체 아카마이가 실시한 국가별 글로벌 사이버 공격 트래픽 비중 조사에 따르면 중국발 사이버 공격은 지난해 3ㆍ4분기 현재 전체의 33%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위인 미국(13%)을 압도적으로 앞선 수준이다.


특히 이날 NYT는 컴퓨터 보안 업체 맨디언트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미국에 대한 해킹 공격을 주도해왔다고 보도, 중국 당국이 해킹을 해왔다는 '심증'에 쐐기를 박았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 등은 국가 현안임을 강조하며 보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군을 포함한 중국 관리들에게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를 전달해왔으며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중국군과 정부가 사이버테러의 배후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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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백악관은 지속되는 사이버 공격에 맞서 벌금부과ㆍ교역제한 등 보다 강화된 대응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제임스 루이스는 백악관이 지난해부터 중국에 대한 대응책을 심각하게 검토해왔다며 "올해는 백악관이 중국을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도 중국에 더 많은 압박을 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심각한 안보위협 요인으로 인식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주요 언론이 사이버테러의 배후세력으로 중국군을 공개적으로 짚어내고 미 당국도 점차 공공연하게 베이징을 지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암암리에 진행돼온 미중 간 갈등은 '사이버 전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글로벌 사이버 공격이 21세기에 새로운 냉전시대를 열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보안업체를 운영하는 채드 스위트 전 중앙정보국(CIA) 관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미국)는 새로운 사이버 냉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는 핵무기만큼 위협적이지만 공격의 실체를 쉽게 규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예고도 없이 경제ㆍ군사 등 주요 시설의 통제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무차별 해킹은 국제질서와 세계경제를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존재했던 어떤 전쟁보다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사이버 전쟁이 미국과 중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NBC뉴스는 미 보안 전문가들이 중국만큼이나 이란 역시 경계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이란은 중국보다 더 심각한 위협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도 사이버 전쟁에 가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집권당을 중심으로 '집단적 자위권' 해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것도 집단적 자위권 대상으로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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