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설 민심 여론조사에서도 지지도 3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초비상이 걸렸다.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에도 불구, 두 방송사 조사에서 열린우리당에 2배나 뒤진 3위로 나타난 데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지도부와 소장파는 “지지도 하락의 늪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호남 물갈이 밖에 없다”며 호남 중진들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것을 대책으로 삼았다. 여권의 공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대선자금 청문회 등 적극적인 공세를 통해 기선을 잡아 나가야 한다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조 대표는 이날 “다선 중진이 아닌 재선의 김경재 상임위원도 결단을 내렸다”고 호남 중진들을 에둘러 겨냥하면서 “감동적인 결단”을 촉구했다. 김 위원도 “조 대표의 대구 출마로 당 지지도가 용솟음칠 것으로 생각했지만 호남 중진들이 기득권을 고수하는데 어떻게 오르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호남선 열차는 빈 자리가 많으니 중진들이 다음 열차로 속속 상경해 새로운 민주당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노골적으로 `수도권행`을 요구했다.
지도부는 한화갑 전 대표의 수도권 출마 선언이 호남 물갈이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지역구(무안ㆍ신안)의 후속 주자 문제를 정리하는 대로 수도권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호남출신 전국구 의원의 거취 표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중진들이 무작정 버티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박상천 정균환 김옥두 이협 김충조 의원 등 중진들의 지역구 고수 의사도 완강해 “몰아치기 식으로 하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문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관련 비리와 대선자금 의혹을 앞장서 파헤침으로써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선대위 체제로 조기 전환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40대의 추미애 상임위원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대항마인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워 공천혁명과 개혁 경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운태 총장은 “조 대표의 대구출마와 청문회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고, 지지율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 2월 중 반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