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선정] 2002년 10대 경제뉴스 (국제)
세계경제 동반침체·증시 폭락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경제가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세계 경제가 이에 이끌려 동반 침체되고, 각국 증시도 뉴욕에 이끌려 줄줄이 폭락세를 보인 한 해였다.
특히 세계 2, 3위 경제 대국인 일본과 독일에게 올해는 전후 최악의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미 경기 둔화로 수출의 발목이 잡힌 일본은 장기 침체에서 탈출할 것이라는 연초 기대가 무색하게 초유의 실업난과 극심한 디플레에 시달렸다. 독일 역시 정부 정책 부재 등으로 유럽 경제의 견인차에서 이제는 발목을 잡는 장애국으로 전락했다.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에 직면한 독일은 9.7%에 달하는 고실업에 허덕이며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美·이라크戰 초읽기…유가급등
지난해 9.11테러 이후 탈레반 정권을 붕괴 시킨데 자신감을 얻은 미국이 해가 바뀌며 대(對)이라크 무력 행사 수순에 돌입, 국제 정치는 물론 세계 경제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라크는 미국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지난달 유엔 무기사찰을 수용했지만 미국은 사찰의 실효성을 의심하며 사실상 이라크 공격 준비에 나서, 전쟁은 초읽기 상태다. 전쟁에 대한 불안감은 소비 심리 위축, 증시 침체, 유가 불안 등 내년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세계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올초 20달러 초반에 머물던 유가는 최근 전쟁 임박설로 32달러 대까지 치솟아 내년 경기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中 세대교체…후진타오 부상
중국 공산당은 11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부주석을 당 총서기로 선출, 장쩌민(江澤民) 중심의 3세대에서 후 총서기 중심의 4세대 지도부로 '조타수'를 교체했다.
13억 중국호(號)의 새 선장이 된 후 총서기는 취임 일성으로 개혁ㆍ개방 지속과 현대화 사업 추진을 선언했다. 지난 80년대 구이저우(貴州) 성을 담당할 때부터 실용주의의 대명사로 평가 받았던 후 총서기의 전면 부상으로 중국의 개혁ㆍ개방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후 총서기 앞에 가로놓여진 장애물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중국 전문가들은 빈부격차와 지역갈등 해소, 부패 척결, 제도 개혁이 후 총서기가 넘어서야 할 4대 난제라고 보고 있다.
유럽 정치·경제 대통합 가시화
유럽연합(EU)은 지난 13일 덴마크 코펜하겐 정상회담에서 동구 및 지중해 지역 10개국의 신규 가입을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EU는 '하나의 유럽'이란 목표에 성큼 다가서게 됐으며, 유럽의 정치ㆍ경제 지형 역시 '빅뱅'수준의 변화를 맞게 됐다.
신규 가입국은 폴란드ㆍ헝가리ㆍ체코ㆍ슬로바키아ㆍ슬로베니아ㆍ리투아니아ㆍ에스토니아ㆍ라트비 아ㆍ몰타ㆍ키프로스. 이들의 가입으로 EU는 27개국, 인구 5억3,000만명 규모의 유럽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대(大)제국'으로 자리잡게 된다.
한편 올해 1월1일부터 EU 회원국 중 유로화 가입 12개국(유로랜드)에서 단일 통화인 '유로'가 현금으로 전면 통용돼 유럽 경제통합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北 경제특구 지정…양빈 파동
북한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과 양빈(楊斌)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의 특구 행정장관 등극을 둘러싼 드라마 같은 부침(浮沈)은 지난 가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한의 자본주의 실험인 경제특구 지정 자체가 메가톤급 뉴스인데다 양 회장의 급부상과 낙마 역시 숨가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네덜란드 국적 화교로 화훼 생산ㆍ유통업체인 어우야 그룹을 창업했으며, 미 포브스지가 중국내 2대 부자로 선정했던 인물. 그의 급부상을 놓고 일부에선 김일성 주석의 숨겨진 자식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을 정도로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가 됐지만 중국 당국이 탈세와 부동산 개발 관련 비리를 이유로 그를 전격 구금하면서 신의주 특구 개발은 수면 아래로 잠복하게 됐다.
경기부양위해 각국 금리인하
미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이 올해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 초저금리 시대를 맞게 됐다.
지난해 무려 11차례나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올들어 지난 11월에도 기준 금리인 연방금리를 0.5%포인트 인하, 금리를 41년만의 최저 수준인 1.25%까지 끌어 내렸다.
미국에 이어 유럽중앙은행도 금리인하에 인색하던 전례를 깨고 지난 5일 정책기준금리를 3.25%에서 2.75%로 내렸다. ECB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미 경제의 불확실성, 독일 경제의 침체 등으로 유로권의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강력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계스캔들 美기업 일파만파
올해 미 재계의 최대 화두가 분식회계와 주가 조작이었을 정도로 미 유수 기업들은 사상 유례없는 회계부정 스캔들에 휩쓸린 채 올 한해를 보냈다.
지난 1월 상원이 최대 에너지 기업 엔론의 파산 경위와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뒤 케네스 레이 회장이 사임하고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은 회계부정 은폐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장거리 통신회사인 월드컴 역시 기업 회계부정이 발각되면서 사상 최악의 기업파산을 초래했다.
계속되는 기업 회계부정에 위기 의식을 느낀 미 행정부와 의회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잇따라 내놓았으며 '샤베인스-옥슬리법'(기업회계개혁법)이 그 같은 조치의 결정판으로 탄생했다.
美 세이프가드 무역분쟁 야기
지난 3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 세계 무역대전을 한층 심화시켰다.
미국의 이 같은 일방적 조치에 반발한 유럽연합 및 한국, 일본, 중국 등은 즉각적인 보복조치를 천명했고, 철강 뿐 아니라 공산품 및 농산품 부문의 무역분쟁도 야기시켰다.
확대일로를 걷던 무역분쟁은 미국이 수 차례에 걸쳐 철강 세이프가드 제외 품목을 확대시킴으로써 8월쯤부터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난항끝 HP·컴팩 '세기의 합병'
미 컴퓨터업계의 양대 거인 휴렛패커드(HP)와 컴팩이 1년 여에 걸친 논란 끝에 지난 5월 마침내 '세기의 합병'을 이뤄내 업계는 물론 전 세계 경제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HP-컴팩간 합병이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것은 강자간 합병 뿐 아니라 추진과정 중 벌어진 최고경영자(CEO)와 창업주 가문, 주주들간의 긴박감 넘치는 '줄다리기' 때문.
합병파인 칼리 피오리나 CEO와 그 반대편에 섰던 HP 창업주 월터 휴렛 가문과의 대결은 HP 주주총회에서 박빙의 승부로 합병안이 가까스로 통과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합병 7개월을 맞은 HP는 현재 어느 정도 정상 경영 궤도에 진입, '성공적 결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세계 자유무역 짝짓기 러시
일본이 지난 1월 싱가포르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합의한 것부터 최근 미-칠레간 협상 타결에 이르기까지, 올해 세계 각국간 FTA 논의는 말 그대로 '러시'를 이뤘다. 우리나라도 지난 10월 칠레와 FTA를 체결하기로 최종 합의, 자유무역의 수혜를 최대한 노린 '짝짓기'대열에 동참했다.
특히 아시아 시장 제패를 꿈꾸는 중국이 지난 11월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FTA 체결을 위한 기본 합의서에 서명, 오는 2010년까지 아세안 회원국들과 관세 철폐 등을 내용으로 한 FTA 협정을 마무리 짓기로 하자, 일본 역시 아세안에 손길을 뻗침으로서 양국간 동남아 시장 주도권 싸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