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의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은 공식 협상 외에도 첫날인 27일 두 차례 긴밀히 양자 회담을 가진 데 이어 28일에도 수시로 접촉, 각자의 입장을 개진ㆍ조율했다.
양측은 본회담 첫날 기조발언에서 강경기조를 늦추지 않았지만 양자 접촉에서는 이보다는 다소 완화된 입장을 내놓았을 가능성이 높고 특히 일부 새로운 내용도 제안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체제보장과 핵 포기 등 핵심 의제의 선후(先後) 문제와 단계별 조치내용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렇다할 진전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4월 베이징 3자회담에서 밝혔던 4단계 `새롭고 대범한 제안`의 범위 내에서 미국의 선(先) 조치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4단계 제안은
▲미 중유공급 재개→북 핵개발 포기 천명
▲미 대북불가침조약체결→북 핵사찰 수용
▲미ㆍ일 대북수교→북 미사일 문제 해결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경수로 완공→북 핵 폐기 내용이었다.
미국은 이에 대해 북한이 먼저 핵 폐기를 이행할 경우 대북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국교수립 용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북한이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한 뒤에야 비로소 대가를 줄 수 있다는 `선 핵폐기` 원칙을 재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북ㆍ미 양측이 27일과 28일 이틀 연속 수차례 양자 접촉을 가졌고 마지막 회담일인 29일에도 최대한의 막후 접촉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뭔가 새로운 제안이 나오거나 추가적인 협상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북한의 `새로운 제안` 가능성은 전제 조건이 많고 미국의 강경 입장으로 인해 아직은 추측 단계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통한 소식통들끼리도 입장이 엇갈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회담 관계자의 말을 인용 “북ㆍ미 접촉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온 것 같다. 북한이 제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힌 반면 우리 정부의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28일 “크게 봐서 북한이 기존의 입장을 반복한 걸로 본다”고 말하는 등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물론 북한은 “이번 회담은 우리 제안에 대해 미국의 답변을 듣는 순서”라고 말해온 만큼 새 제안이 기존 틀을 뒤바꿀 만큼 획기적일 확률은 낮다. 따라서 북한이 새 제안을 했다면 아마도 핵심의제인 체제보장의 첫단계인 ``현상동결`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