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 빚이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전국 가구 수(지난해 11월 기준 1,554만가구)를 감안할 때 한 가구당 약 3,257만원의 빚을 떠안고 사는 셈이다.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가계부채도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 부동산 가격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했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3ㆍ4분기 가계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가계의 금융기관 대출과 외상구매액 등을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506조1,683억원으로 6월 말보다 12조1,836억원이 늘어났다. 가계신용 가운데 가계대출 잔액은 480조6,503억원으로 전 분기 말에 비해 11조9,722억원 증가했으나 2ㆍ4분기 증가액 15조5,671억원에 비해서는 증가폭이 축소됐다. 신용카드회사와 할부금융회사 등의 외상구매 잔액은 25조5,180억원으로 3ㆍ4분기에 2,114억원이 증가, 역시 전 분기 증가액 6,985억원을 밑돌았다. 가계대출 증가액이 둔화된 것은 8ㆍ31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급증세가 한풀 꺾인데다 추석을 앞두고 이뤄진 신용카드 사용액이 9월 말 이전에 대부분 결제됐기 때문이다. 정유성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약간의 거품이 있었던 2ㆍ4분기에 비해 3ㆍ4분기의 가계신용 증가폭이 둔화됐지만 전반적인 증가세는 꾸준히 유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계대출 증가폭은 움츠러들었지만 은행들이 여전히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가계대출을 확대하면서 담보대출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가계대출 담보형태를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이 54.3%로 전 분기 말 대비 0.7%포인트 상승한 반면 신용ㆍ보증은 43.8%로 0.7%포인트 하락했다. 시중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8ㆍ31 대책의 후속입법이 완료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부채상환 부담은 늘어나고 담보가치는 떨어져 민간소비 회복과 건설투자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회복기미를 보이는 경기를 망가뜨리고 금융기관의 시스템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김상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 빚이 500조원을 돌파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에 있어 금융회사들이 정확한 심사를 못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원리금 상환능력이 취약한 개인에게 목돈을 빌려주고 차주가 도산할 경우 담보부동산을 경매에 넘겨 원리금을 회수하는 현 방식은 사회적인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가계부채 조정이 마무리된 단계이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판매신용의 경우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서는 모습을 볼 때 부채조정은 거의 마무리된 것 같다”며 “경제성장 규모를 감안할 때 이정도 가계부채 증가율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2004년 중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이 올들어 악화된데다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80%에 달해 부동산 가격 하락, 고용사정 악화 등 외부 충격에 대한 흡수능력이 취약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