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심판대 오른 유병언 측근 "윗선 지시로" 발뺌만

수배중인 김필배 전 대표에 배임 등 혐의 대부분 떠넘겨<br>"기업 부조리·부패 사슬이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br>검찰, 수사 정당성 강조

세월호의 실질적 오너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해 잠적한 가운데 측근들이 먼저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16일 인천지법 형사12부(이재욱 부장판사)는 인천지법 413호 대법정에서 유씨의 측근 8명에 대한 첫 재판을 동시에 열었다. 피고인 8명은 송국빈 다판다 대표와 박승일 아이원아이홀딩스 감사, 이재영 ㈜아해 대표, 변기춘 천해지 대표, 고창환 세모 대표, 김동환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 오경석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대표 등이다. 이들은 유씨의 사진을 높은 금액으로 구매하고 유씨 가족들에게 고문료나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몰아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최대한 신속히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공판준비기일을 따로 지정하지 않고 곧바로 정식 재판에 들어갔다.

이날 검찰 측은 공소사실을 밝히기 앞서 이례적으로 15분에 걸쳐 재판부에 이번 수사의 정당성에 대해 강변했다.


이진호 인천지검 검사는 "세월호 침몰은 단순히 선장·승무원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 우연이 아니라 부조리와 부패의 사슬 안에서 예정돼 있던 사고나 다름없었다"며 "사업장 대형사고 발생 시 사업주에게 실질 책임을 귀속시키자는 목소리가 커지던 가운데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정상기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 하에서 이뤄진 이 사건 범행을 포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열사 사장 등 여러 명이 기소된 상황에서 범행을 지시해 막대한 이득을 챙긴 책임자들이 도망갔다"며 "도주가 길어질수록 굴레도 더욱 옥죄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도주 중인 유씨 일가 등에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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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피고인들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윗선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발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이날 송국빈 다판다 대표 측은 "공소사실은 다 인정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회사의 실제 사장이 아니며 현재 미국 도피 중인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의 지시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동환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 측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대표가 아니라 이사에 불과하고 그 과정에서 대표인 김필배씨의 지시를 받아 범행에 일부 가담한 것뿐이다. 피고인이 김필배씨의 지시를 어길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변기춘 천해지 대표 측도 "유상증자 참여는 회계법인과 김필배씨의 지시에 의한 것이며 피고인은 월급쟁이 사장에 불과하다. 사진 구매 등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구입한 것이기에 배임의 고의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 수사를 피해 미국에 머물고 있는 김필배 전 대표는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령이 내려진 상태다. 검찰은 김 전 대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도주 중인 유씨의 행방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몸통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깃털들만 우선 처벌 대상에 오른 것이다. 이는 검찰이 유씨 등이 잡힐 때까지 무턱대고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기간은 2개월이고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두 차례 갱신할 수 있다. 1심 선고는 최장 6개월 안에 내려져야 하므로 유씨와 김 전 대표의 기소와 별개로 이들 측근에 대한 선고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재판부는 혐의가 같은 이들 사건을 함께 진행할지 여부를 다음 재판에서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최대한 재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길 희망하며 모든 사건이 병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을 정식 공판기일이 아닌 준비기일로 지정하고 다음달 9일부터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재판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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