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티 하우스에서 만난사람] 김현정 최경주프로 부인

“투어 도중 집에 와도 함께 있자는 성화에 못 이겨 도착한 날 반나절 정도만 쉴 뿐 또 연습장으로 갑니다.” 자랑스럽게, 때로는 안타깝게 최경주(33ㆍ슈페리어ㆍ테일러메이드) 선수의 첫 마스터스를 지켜본 부인 김현정(32)씨는 남편이 한국인 최초로 마스터스 컷을 통과, 공동15위의 성적을 기록한 데 대해 “꾸준히 연습한 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최 선수가 이번 마스터스를 앞두고 “왼손 집게손가락 마디 부분의 살이 밀려 손가락 모양이 달라 보였을 정도”로 연습에 매달렸다고 했다. 대회 기간 중 핀 30야드 앞에서 볼을 높이 띄워 올려 그린에 바로 멈춰 서게 하는 기술 샷을 지켜 본 김현정씨는 “저 샷은 처음 본다”고 놀라워 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하나씩 볼 때마다 `저런 것을 하려고 그렇게 연습장에 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찡하다”며 “연습 그만 하라는 잔소리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웃기도 했다. “샷이 잘 되면 금방 피니시를 풀지만 생각만큼 잘 안됐거나 방향이 틀어지면 피니시 자세 그대로 볼을 바라본다”면서 멀리서도 남편이 잘 쳤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한 김현정씨는 “코스에서 만나면 한 순간 멍하게 만드는 짧은 농담 을 던지고 지나간다”며 최 선수의 유머감각을 소개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티샷을 하고 지나가던 최 선수는 아내를 향해 혀를 쏙 빼물었다가 완도에서 응원 온 지인들을 만나자 “징합서” 하는 강한 사투리로 너스레를 떨었다. 웃고 농담하는 것은 최 선수가 필드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한 방법처럼 보였다. 그는 이번 마스터스에서도 어려운 상황일수록, 생각하지 못한 미스 샷을 낼수록 더 크게 웃고 농담을 던졌다. 코스 곳곳에서 부인이 기도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최 선수에게 큰 힘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자그마한 체구의 김현정씨는 남편이 티샷을 끝내고 걸어갈 때까지 지키고 서서 손을 흔들어 준 뒤 어느새 세컨드 샷 지점으로, 또 퍼팅 그린으로 옮겨 다녔고 샷이나 퍼팅을 할 때면 고개를 숙여 기도했다. 최경주는 수많은 갤러리들 속에서 부인 모습이 보이냐는 질문에 “만국기가 사방에서 펄럭여도 태극기는 금방 눈에 띄는 법”이라며 이역만리 먼 곳에서 태극기를 보면 뭔지 모를 힘이 솟는 것처럼 아내를 통해 힘을 얻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번 마스터스 기간 중에 호준(6)과 신영(1) 등 두 아이를 데이 캐어(선수 아이들 위탁센터)에 맡기고 코스에 나왔다가 잠시 돌아가 밥을 챙기고 또 코스로 돌아오는 등 누구보다 바쁜 모습을 보였던 김현정씨는 “집에 가면 아들과 함께 출전했던 파3 콘테스트 등에서 찍은 다양한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릴 것”이라며 특유의 부지런을 과시했다.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각종 골프관련 기사를 챙기고 남편의 홈페이지 관리를 돕는 한편 자신의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김현정씨는 한때 최 선수로부터 골프를 배워 “그냥 칠 줄 아는” 수준이며 최 선수의 말에 따르면 “더 가르치면 LPGA투어에 나간다고 할까 무서워” 배우기를 중단한 상태다.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김진영기자 eaglek@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