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과 대포의 싸움.’
지금까지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의 모집금액은 2,000억원도 채 안 되는 반면 외국계는 최소 5조원에 달하는 관련 자금을 무기로 인수합병(M&A)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토종자본 활성화로 기간산업을 지키려는 금융감독당국의 청사진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PEF 설립이 허용된 후 지금까지 등록된 PEF는 우리은행 제1호를 비롯해 맵스자산운용의 ‘미래에셋 파트너스 1호’, 데본셔, 마르스 제1호, 칸서스 제1호, KDB 펀드, KTB 펀드 등 총 7개뿐이다. 그나마 실제 자금을 모집한 곳은 맵스(1,400억원), 우리은행(420억원) 등 단 두 곳에 불과했다.
모집금액도 1,820억원으로 당초 신고액인 1조2,000억원의 15.2%에 그쳤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신한금융지주ㆍ하나은행 등 은행권(2조원)과 국민연금(7,000억원), 자산운용업계(1조2,000억원), 보고 펀드(1조원) 등 관련업계가 당초 총 5조원 가량의 자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계획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투자대상 기업이 마땅치 않다 하더라도 설립이 허용된 지 7개월이 흐른 것을 감안하면 예상 밖의 저조한 실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계는 칼라일ㆍ론스타ㆍ뉴브리지캐피털 등 외국계 대형 펀드들이 5조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 매물 찾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에쿼티파트너스도 한국ㆍ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5억~10억달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내 PEF가 대형 매물에는 손도 대지 못한 채 외국계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