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고수익과 분리과세를 내세워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던 은행의 후순위채권이 금리상승 여파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27일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지난 23일 현재 은행 후순위채 발행 잔액은 총 536건에 24조6,903억원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6조원 이상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자기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2002년부터 앞 다퉈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2002년 5조2,947억원(287건)에 이어 2003년에도 4조7,992억원(77건)의 후순위채가 발행됐다. 2006년 발행 규모도 5조3,368억원(26건)에 달했다. 하지만 올들어 금리가 계속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전체 발행잔액 가운데 16조5,365억원(164개) 규모의 후순위채 표면금리가 시장금리를 밑돌고 있다. 그 차이만큼 고스란히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수익을 내는 채권은 8조1,538억원(372개)에 그쳤다. 국민은행이 2004년 12월 발행한 후순위채의 경우 표면금리가 4.2%로 현재 같은 등급의 채권 시세인 6.3%에 비해 2.1%포인트나 낮다. 우리은행이 2006년 9월 발행한 8,000억원의 후순위채도 표면금리가 5.05%로 현재 시세 6.3%에 비해 1.3%포인트 밑돌고 있고 경남은행이 올 3월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의 표면금리도 5.26%로 현 시세 6.5%보다 1.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해외펀드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주식형 펀드도 장기 투자하면 높은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후순위채 매물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매수자가 거의 없어 이자를 포기하거나 현재 금리 수준만큼 이자를 얹어 부족한 금리를 채워주겠다는 제안도 많아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은행 특판예금보다 금리가 높고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후순위채 인기가 높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은행 예금 금리도 6%가 넘고 채권보다는 펀드 쪽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후순위채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동균 신한은행 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은행 후순위채가 고수익에 분리과세로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기 안정적인 투자상품으로 인기가 많았다”며 “해외 펀드나 주식형 펀드가 비과세에 수익률까지 좋다고 판단한 장기 투자자들이 후순위채를 팔아 펀드로 갈아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