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문이 조금씩 늘어 지난해 하반기에 쉬게 했던 직원들을 다시 불러들였습니다. 예전처럼 주야 교대까지는 못하더라도 쉬는 날 없이 공장을 돌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반월공단 C도금 업체 K 사장) 올 초만 하더라도 금융위기 한파로 고사 지경에 몰렸던 전국 산업단지의 입주 기업들은 끊겼던 주문이 다시 들어오고 매출도 회복되면서 미약하나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남동공단에 위치한 내장재 전문업체인 S사는 지난해 60%대 밑으로 떨어졌던 가동률이 이달 들어 90%선까지 회복됐다. 때때로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야근을 하는 날도 생기다 보니 회사 분위기도 확실히 달라졌다고 한다. 이 회사의 L대표는 “2년 동안 개발했던 자체 브랜드가 최근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해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해외 영업에 공을 들였던 것도 매출 상승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때 공단 곳곳에 내걸렸던 ‘공장 급매매’를 알리던 현수막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며 썰렁했던 일부 공단의 진입로는 아침마다 출근 차량으로 정체현상을 빚는 등 예전의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자동차부품 업체인 C사는 지난 4월 이후 매출이 매달 20~30%씩 증가하자 주변상황을 지켜보며 신규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K 사장은 “향후 자동차 업계의 노사분규와 장마에 따른 주문감소 등 일시적 불안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 매출이 지난해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어 구체적인 투자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4월 전국 44개 산업단지의 가동률은 80.4%로 6개월 만에 처음으로 80%선을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동ㆍ시화 등 수도권 공단의 생산실적 증가율이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실물경기가 바닥을 다졌다는 데는 전반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기업규모가 적은 소기업일수록 아직도 가동률이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큰 것으로 진단된다. 시화공단에서 주방용 가전용품을 제조하는 한 업체 대표는 “4월을 기점으로 매출 하락세는 일단 멈췄다”면서도 “본격적으로 판매가 늘어나기에는 소비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쌍용차나 GM대우 등 대기업의 불투명한 미래나 중소기업 구조조정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영재 남동공단경영자협의회 부회장은 “입주 업체 사장을 만나보면 더 이상 경기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면서도 “업체별 재무상황에 따라 체감경기도 양극화되고 있으며 고용이나 투자를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